[스포츠조선 박재만 기자] '솔직히 깜짝 놀랐어요 당황했습니다" 두산의 안방마님 양의지가 베어스 유니폼을 입고 시즌 첫 홈런을 치고 더그아웃에 들어서자, 동료들은 아무 소리 없이 먼 산을 바라봤다.
한화 이글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열린 지난 20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 올 시즌을 앞두고 5년 만에 친정팀 두산으로 돌아온 양의지는 4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장했다.
양의지는 이날 경기 전까지 3할이 넘는 타율과 출루율-장타율 모두 4할. 출루율과 장타율을 합친 OPS는 8할대를 유지하며 시즌 초반 좋은 타격감을 이어가고 있었다. KBO리그 대표하는 포수 양의지는 안정감 있는 경기 운영 능력과 지난 시즌까지 통산 228홈런을 기록할 정도로 완벽에 가까운 포수다.
1987년생 어느덧 30대 중반에 접어든 나이지만 양의지의 기량만큼은 시즌을 거듭할수록 더 완성형에 가까워지고 있다.
3회 1사 1루 2B 1S 두산 양의지는 한화 선발 김민우의 4구째 잘 떨어진 133km 포크볼을 앞에서 가볍게 툭 걷어 올렸다. 분명 세게 친 거 같지 않았던 타구는 배트 중심에 찍히는 순간 좌측 담장 너머로 날아갔다. 5년 만에 돌아온 친정팀 두산 베어스 유니폼을 입고 첫 홈런을 신고한 양의지는 홈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주자 양찬열, 대기 타석 허경민과 하이파이브를 나눴다.
더그아웃 앞에 들어선 양의지를 향해 이승엽 감독은 손가락 하나를 펴 보이며 활짝 웃었다. 양의지도 마치 가을 야구 무대에서 홈런을 친 것처럼 두 팔을 번쩍 들어 올리며 환호했다.
모두가 자신을 반겨줄 거라 생각하고 환한 미소 지으며 더그아웃에 들어선 양의지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당황스러워했다. 루키가 프로 통산 첫 홈런을 치면 무관심 세리머니로 반기는(?) 야구 문화가 있다. 통산 228홈런을 친 베테랑 양의지가 친정팀 복귀 첫 홈런을 친 순간 두산 후배들은 미리 짠 것처럼 아무도 홈런 타자를 반기지 않고 먼 산을 바라봤다.
머쓱한 양의지는 더그아웃 끝까지 나홀로 세리머니를 펼친 뒤에야 동료들의 격한 축하를 받으며 다시 한번 활짝 웃었다.
경기 종료 후 수훈 선수 인터뷰에서 양의지는 "두산은 저에게 있어 처음과 끝입니다"라며 묵직한 멘트를 끝으로 경기장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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