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이보전진을 위한 일보후퇴다.
'마무리' 투수의 상징, 삼성 라이온즈 오승환(41)이 잠시 보직을 내려놓았다. 박진만 감독은 19일 키움전을 마친 뒤 고심 끝에 코칭스태프 회의를 거쳐 결단을 내렸다. 좌완 이승현(21)에게 당분간 대체 마무리 역할을 맡겼다.
박 감독은 21일 광주 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와의 시즌 첫 경기에 앞서 "겨울에 준비를 많이 했는데 안 좋은 결과가 이어졌다. 한두 게임이면 괜찮은데 브레이크가 잠시 필요한 상황이라 판단했다. 작년에도 그런 상황이 한번 있었다. 그 이후 좋아졌다"며 "심리적으로 힘든 상태이니 만큼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당분간 편안하게 회복할 시간을 주려고 한다"고 결단의 배경을 설명했다.
오승환은 지난 19일 키움전에서 5-4로 앞선 9회말 2사 1루에서 좌완 이승현에 이어 마운드에 올랐지만 5-5 동점을 허용하며 시즌 두번째 블론세이브를 했다. 10회에도 마운드에 올라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내고 내려왔다. 이날 경기 후 박진만 감독은 잠시 쉼표가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당분간 오승환은 중간계투로 나서며 마무리 복귀를 위한 준비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21일 광주 KIA전, 곧바로 기회가 왔다.
4-2 추격을 허용한 7회말 1사 2,3루에 5번째 투수로 등판, 무실점으로 시즌 첫 홀드를 기록했다. 2022년 7월27일 포항 한화전 이후 268일 만에 기록한 홀드.
변우혁을 포수 파울플라이로 잡아낸 오승환은 대타 김선빈과 어렵게 승부하다 볼넷으로 출루시켜 2사 만루에 몰렸다. 하지만 KIA의 승부카드로 타석에 선 대타 황대인을 슬라이더 유인구로 헛스윙 삼진을 잡아내고 이닝을 마쳤다. 최고 구속 147㎞의 직구와 예리한 각도의 슬라이더를 보더라인에 뿌리며 정타를 피했다.
보직 변경 직후 박진만 감독은 정현욱 투수코치를 통해 오승환에게 당부의 말을 남겼다.
위기상황에서 가운데로 몰리는 공의 빈도가 늘어난 데 대해 박 감독은 "나이가 들면 아무래도 스피드가 떨어지는데 이를 의식해 스피드를 올리려다보면 가운데로 몰린다"며 "지금 현재의 구질로 제구에 신경을 써달라고 당부했다"고 말했다. 이어 "원래 스피드가 안 나오다보면 제구도 흔들릴 수 있다. 선수는 현재 자신의 몸 상태를 가장 잘 알아야한다. 150㎞, 160㎞를 던져도 가운데 몰리면 맞을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오승환은 지난해에도 잠시 주춤했을 때 1경기를 중간에서 던졌다. 7월27일 포항 한화전에서 6-3으로 앞선 6회초 등판, 1이닝 2탈삼진 무실점으로 홀드를 기록했다. 오승환은 바로 다음날 한화전에 3-3으로 팽팽하던 연장 10회초 마무리 투수로 복귀, 1이닝 1탈삼진 무안타 무실점으로 반등에 성공한 바 있다.
정현욱 투수코치를 통해 오승환에게 브레이크 시간을 제안한 박진만 감독은 "고심이 컸다. 고참으로 팀을 이끌어가야 할 선수 아닌가. 저도 선수 말년에 경험이 있다. 선수의 자존심을 세워줘야 한다. 팀 상황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고 토로했다.
오승환은 사령탑의 당부를 마운드 위에서 고스란히 현실화 했다.
이날 상대한 3타자에게 던진 14구 모두 가운데 몰린 공이 없었다. 정타를 피해갈 수 있었던 이유. 마무리 복귀 시 참고할 만한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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