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솔직 화법'을 통해 'K-무리뉴'(K리그의 조제 무리뉴 감독)란 별명을 얻은 이정효 광주 감독(48)은 23일 강원전을 마치고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그는 광주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3' 8라운드를 0대0 무승부로 끝마치고 뜬금없이 광주 연고 야구팀인 기아 타이거즈부터 언급했다. 이 감독은 "오늘 기아 타이거즈 경기가 있는 날인데, 많은 팬분들이 이곳 경기장을 찾아주셨다. 그런데 우리가 팬분들한테 부끄러운 경기를 했다. 많이 죄송하다는 말씀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주말에 소중한 시간을 들여 야구 대신 축구를 택한 팬들에게 기대 이하의 경기를 선보인 것에 대해 사과를 하고 싶다고 했다.
광주는 점유율 63대37, 슈팅수 10대6에서 나타나듯 시종일관 경기를 주도했다. 골만 없었지, 광주 특유의 공격적인 색채가 드러났다. 승격팀인 광주는 7라운드 대구전에서 4대3 승리를 거둬 2경기 연속 무패(1승1무)을 이어갔다. 선발진을 절반 가까운 5명을 교체한 걸 감안하면 승점 1점도 성과라면 성과다. 8경기에서 4승1무3패 승점 13점을 따냈다. 여러모로 이날 포함 8경기에서 4무4패, 단 1승도 거두지 못한 11위 강원보다는 상황이 낫다.
그런데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이 감독은 어둡다 못해 화가 잔뜩 난 표정이었다. 도리어 승수를 쌓지 못하고 있는 최용수 강원 감독의 표정이 비교적 밝아보일 정도였다. 이 감독은 "우리 팀 수준이 딱 이 정도인 것 같아서 더 화가 난다. 오늘 멤버가 바뀌었어도 우리가 추구하는 축구, 훈련했던 우리 팀 목표가 있다. 높은 곳을 바라보고 가는데, 거기에 맞지 않는 플레이가 나왔다. 팀을 위해 헌신하는 선수들이 안 보였다. 경합 상황에서 몸을 사렸다. 그런 사소한 것들이 우리 발목을 잡고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선수 선발을 깊게 고민해보겠다"고 라인업 변화를 시사했다. 주전급으로 활약한 선수들에 대한 실망감을 표출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감독은 "상대를 뚫지 못한다면 바꿔 말하면, 내 능력이 없는 것이다. 저부터 반성을 많이 해야할 것 같다. 많이 지친다. 내가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미드필더 이순민은 믹스트존 인터뷰에서 "감독님께선 훈련 때나, 경기 때 숨기지 않고 말씀을 하는 스타일"이라며 "오늘 경기에선 경기력도 그렇고, 결과도 그렇고, 선수들이 반성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2연패 사슬을 끊고 적지에서 승점을 확보한 최용수 감독은 "첫 승을 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아쉽다"며 "상대의 좋은 공격력에 우리 선수들이 패스 루트를 차단하는 것까지 좋았지만, 공을 빼앗고 나서 볼을 관리하고 (공격으로)연계하는 게 힘들었다. 후반 몇 번의 찬스를 놓쳐 아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2002년생 신예 공격수 양현준은 후반 추가시간 문전서 절호의 찬스를 놓쳤다. 평정심을 유지하던 최 감독은 다소 격앙된 목소리로 "그런 기회를 살리냐 못 살리냐에 따라 평범한 선수로 전락할 수 있다. 본인이 부족한 게 뭔지 깨달아야 한다. 힘들 때 결정적인 찬스가 온다고 수차례 얘기했다. 그 골이 들어갔다면 본인도, 팀도 한 단계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다. 참…. 안 풀린다. 본인은 오죽 답답하겠나"라고 안타까워했다.
강원의 소득이라면 8경기만에 거둔 첫 무실점이다. "허리 싸움에서 2명보다 3명으로 싸워 숫적 불리함을 극복하려고 했다. 그런 점은 잘 맞아떨어졌다. 이광연도 좋은 선방을 해줬다. 하지만 우리가 공격하는 과정에서 실수가 나왔다. 축구에서 원하는 승점을 가지려면 골을 넣어야 한다. 공격보다 수비가 부각되는 점에 대해선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광주=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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