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우리가 알던 MVP가 고개를 당당히 들기 시작했다.
지난 겨울 LA 다저스로부터 충격적인 논텐더 조치를 당한 뒤 시카고 컵스에 새 둥지를 튼 코디 벨런저가 MVP에 올랐던 2019년의 타격감을 찾아 정상 궤도에 빠르게 진입하고 있다.
벨린저는 지난해 11월 다저스 구단으로부터 논텐터로 풀렸다. 다저스는 벨린저가 2년 넘게 슬럼프에서 벗어나지 못하자 2000만달러에 육박하는 몸값이 아깝다며 사실상 방출 조치를 내린 것이다. 다저스에서 신인왕과 MVP를 석권하며 최고의 자리에 올랐던 벨린저로서는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나 그는 FA 시장에서 꽤 인기가 높았다. 벨린저는 결국 시카고 컵스와 '1+1'년 최대 2500만달러에 계약하며 와신상담할 터전을 마련했다. 몇몇 구단들이 다년계약을 제시했음에도 벨린저가 굳이 1년 계약을 고집한 것은 올시즌 제대로 명예 회복을 한 뒤 다가오는 겨울 거액의 FA 계약을 맺어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물론 이는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의 조언이며 전략이다. 2019년 MVP에 오를 당시 FA가 되면 4억달러 이상의 계약을 따낼 것으로 기대됐던 벨린저다.
벨린저는 24일(한국시각) 리글리필드에서 열린 다저스와의 홈경기에서 3번 중견수로 선발출전해 4타수 2안타 1타점 1득점을 기록하며 쾌조의 컨디션을 이어갔다.
올시즌 6번째 멀티히트를 터뜨린 벨린저는 타율 0.300(80타수 24안타), 5홈런, 15타점, 18득점, OPS 0.930을 마크했다. 내셔널리그 타율 18위, 홈런 공동 8위, 타점 공동 13위, 득점 공동 5위, OPS 13위에 랭크됐다. 이제는 컵스의 어엿한 중심타자라고 봐도 무방하다.
시즌 초에는 이적 첫 해라 적응기를 갖느라 고전했지만, 최근 2주간 방망이에 탄력이 붙었다. 최근 14경기에서 타율 0.358(53타수 19안타), 4홈런, 9타점을 몰아쳤다.
공교롭게도 친정팀 다저스를 상대로 '본때'를 보여줬다. 컵스는 이날 경기를 끝으로 올해 예정됐던 다저스와의 7경기를 모두 마쳤다. 시즌 한 달을 채 보내기도 전에 벌써 같은 리그 팀과 일전이 끝난 건 이례적이다. 어쨌든 벨린저는 다저스를 상대로 7경기에 모두 출전해 타율 0.333(24타수 8안타) 3홈런, 4타점, 7득점, 4볼넷, OPS 1.300을 때려냈다. 친정팀을 상대로 제대로 부활을 알린 것이다.
지난 15~17일 다저스타디움 3연전 기간에는 수비에서 홈런성 타구를 잡아내고 또한 홈런포를 날리며 다저스 팬들의 박수를 받기도 했다.
최근 2년간 봤던 벨린저가 아니다. 벨린저는 지난해 규정타석을 채운 내셔널리그 타자 63명 가운데 타율 60위였다. 19홈런은 공동 35위, 68타점은 공동 37위였다. OPS 0.654는 59위에 불과했다.
2019년 내셔널리그 MVP에 오를 때 그는 타율 0.305, 47홈런, 115타점, OPS 1.035를 마크했다. 풀타임 3시즌 만에 메이저리그를 정복한 타자가 된 것이다. 하지만 2020년 단축시즌을 맞아 타율 0.239로 급진직하하더니 2021년에는 세 차례 부상자 명단에 오르며 95경기에서 타율 0.165로 최악의 시즌을 보내야 했다.
벨린저가 이처럼 한 순간에 나락으로 빠진 건 2020년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의 최종 7차전서 홈런 세리머니를 하다 어깨를 다쳤기 때문이다. 당시 벨린저는 3-3 동점이던 7회말 상대 투수 크리스 마틴으로부터 우월 솔로홈런을 터뜨리며 팀을 월드시리즈로 이끌었으나, 결국 시즌 후 어깨 수술을 받았고 그 여파가 장기가 이어지고 말았다.
올해 벨린저가 다저스를 상대로 다시 타석에 설 기회는 가을야구 밖에 없다. 두 팀 모두 포스트시즌에 진출해야 한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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