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1만41명. 23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제주 유나이티드와 전북 현대의 '하나원큐 K리그1 2023' 8라운드(0대2 패)를 지켜보기 위해 모인 관중수다. 강풍이 불고, 비교적 쌀쌀한 날씨였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팬들이 제주 홈 경기장을 찾았다.
제주는 알려진대로 스포츠 불모지다. 제주는 꾸준히 상위권을 노크했지만, 축구 열기는 비례하지 않았다. 걸림돌이 많았다. 관광 및 서비스업, 농업이 주를 이루는 지역 경제 구조상 주말에 도민들이 경기를 즐기기 쉽지 않다. 여기에 제주월드컵경기장이 있는 서귀포시의 인구는 18만명이다. K리그1 12팀 중 연고지 인구가 가장 적다. 그나마도 경기장을 30분 내로 이동할 수 있는 지역에 거주하는 인구는 10만명이 안된다.
서귀포 인구의 3배에 달하는 제주시 인구가 경기장을 찾아주는 것이 최상이지만, 제주시 사람들에게 서귀포시로 이동하는 것은 꽤 큰 심리적 저항감이 있다. 40분 정도의 거리지만, 제주시 사람들에게는 서울-지방간 이동으로 인식되고 있다. 제주는 올 시즌 큰 벽을 넘었다. 올 시즌 제주월드컵경기장을 찾은 관중의 70%가 제주시에서 유입되고 있다. 10만 인구당 관중수가 4421명으로 압도적 1위다. 2위 포항이 1911명이니 2배가 넘는 수치다. 가족 단위팬들, 특히 여성팬들이 많다는 것도 고무적이다.
놀라운 것은 이 수치가 유료 관중수라는 점이다. 제주 홈 경기에 1만명 이상이 찾은 것은 2018년 프로축구연맹의 유료 관중 집계 후 처음 있는 일이다. 2010년대 중반 '탐라대첩', '의리마케팅' 등을 앞세워 제주에 잠깐 축구 바람이 분 적이 있었지만, 그 안에는 허수가 있었다. 대부분이 공짜 관중이었다. 2016년 제주의 유료 관중 비율은 K리그1 12개팀 중 최하위인 3.7%에 그쳤다.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었다. 제주는 관광을 주업으로 삼는 섬이라는 특수 공간이다. 도민들 대부분 돈을 주고 무엇인가를 보는 것에 대해 익숙치 않다. 축구 역시 어쩔 수 없이 이 흐름에 편승해야 했다.
하지만 기류가 바뀌고 있다. 제주는 2017년 무료 티켓 근절을 선언했다. '리얼 오렌지 12'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팬들의 의식 전환을 위해, 유료 관중 증대를 위한 이벤트를 꾸준히, 기획, 실행했다. 발걸음은 더뎠다. 2019년 제주의 평균 관중은 3708명에 불과했다. 여기에 K리그2 강등에, 코로나19라는 엄청난 변수까지 겹쳤다. 하지만 노력을 멈추지 않았고, 올 시즌 빛을 보기 시작했다.
올 시즌 관중수 추이는 대단히 고무적이다. 올해 제주는 총 4번의 홈경기를 치렀는데 2월26일 수원FC전(0대0)에 8362명, 3월18일 FC서울전(1대2 패)에 7078명, 지난 2일 울산 현대전(1대3 패)에 7140명이 찾았다. 매 경기 7000명을 넘겼고, 전북전에서 1만명이 넘는 관중이 찾아오며, 올 시즌 평균 관중수는 8155명에 달한다. 관중수가 홈경기 결과에 상당한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이례적인 수치다. 반짝 팬들이 아닌 꾸준히 경기장을 찾을 가능성이 높은 '충성팬'들이 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제주 구단 노력의 결실이다. 제주는 구창용 대표이사, 김현희 단장을 중심으로 제주도 내에서 적극적인 홍보, 마케팅 활동을 벌이고 있다. 지자체, 유관기관, 스폰서 등과 꾸준히 소통하고 있고, 4.3 행사 참가, 노플라스틱·탄소중립 캠페인, 꿈나무·지역명물을 활용한 선수 영입 오피셜 콘텐츠 제작 등 지역 사회 이슈에 앞장서며 눈에 띄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전북전 유료관중 1만명 돌파는 의미가 크다.
서귀포=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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