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타율 0.188, 185명 중 176위.'
'21세기 테드 윌리엄스'라는 극찬을 받는 타자의 26일(이하 한국시각) 현재 타율과 순위다.
그는 지난해 여름 이전 소속팀으로부터 15년 4억4000만달러의 장기계약을 제안받은 바 있고, 2년 뒤 FA 시장에서 5억달러가 적힌 계약서에 사인할 후보로 꼽힌다. 그런 타자가 시즌 초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외야수 후안 소토 이야기다.
이날 현재 규정타석을 채운 양 리그 타자 185명 가운데 1할 타자는 13명. 소토를 비롯해 트렌트 그리샴(0.198)과 김하성(0.197) 등 샌디에이고 소속만 3명이다. 그중에서도 소토의 타율이 가장 낮다. 소토가 시즌 첫 4경기 이상 치른 시점에서 타율이 이처럼 나쁜 적은 없었다.
주목할 것은 소토가 지난해 여름 워싱턴 내셔널스에서 샌디에이고로 이적한 이후부터 '테드 윌리엄스다운' 천재성이 좀처럼 드러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파워와 정확성, 이게 80여년 전 윌리엄스와 21세기 소토의 공통점인데, 두 가지 무기가 간헐적으로 보일 뿐 그라운드를 전혀 지배하지 못하고 있다.
타율은 그렇다 치고 4홈런, 9타점, 16득점, OPS 0.720도 여전히 소토답지 못한 수치다. 다만 볼넷 부문서는 여전히 강세다. 22볼넷으로 전체 타자들 가운데 이 부문 1위다. 소토는 2021년과 작년 각각 145볼넷, 135볼넷을 얻어 이 부문 최다 기록자였다.
볼넷이 많다는 건 스트라이크존에 엄격하다는 것이고, 상대가 좋은 공을 좀처럼 주지 않는다는 뜻도 된다.
문제는 삼진도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소토는 항상 삼진이 볼넷보다 적었다. 통산 530볼넷, 474삼진을 기록 중이다. 그런데 이날 현재 26삼진으로 볼넷보다 4개가 많다. 삼진율이 24.3%로 데뷔 이후 최고치다.
소토가 MVP 투표 2위에 오른 2021년과 비교해 직구에 대한 헛스윙 비율이 16.9%에서 23.5%로 높아진 게 눈에 띈다. 변화구에 대해서도 23.7%에서 31.4%로 높아진 반면, 오프스피드 구종에 대해서는 25.7%에서 25.0%로 큰 차이가 없다.
요약하면, 변화구 유인구 뿐만 아니라 직구에 대한 대처 능력도 크게 떨어졌음을 알 수 있다. 인플레이 타구 중 스윗 스팟(Sweet Spot), 즉 배트중심에 맞힌 비율도 18.6%로 2021년 29.7%, 작년 28.5%에서 10% 포인트 넘게 감소했다.
소토가 이처럼 부진한 원인은 뭘까. 블리처리포트 칼럼니스트 브랜든 스캇은 이렇게 진단했다.
"소토가 아직 샌디에이고에 정착하지 못한 건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는 작년 파드리스에서 52경기에 출전해 OPS 0.778, 포스트시즌 12경기에서 0.727을 기록했다. 올해도 마찬가지인데, 몇 가지 영역에서는 더 악화됐다. 소토는 이에 대해 피치 클락 때문이라고 한다. 대기 타석에서 본 타석에 들어간 뒤 충분한 시간을 갖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피치 클락에 적응하지 못하면 부진은 계속될 공산이 크다."
올해부터 시행되는 피치 클락 규정상 타자는 투수의 제한투구 시간 중 잔여 8초 전에 타격 자세를 마쳐야 한다. 앞타자의 타격이 끝나는 즉시 타석에 들어가 배트를 몇 번 휘두르고 나면 바로 투수를 응시해야 한다. 피치 클락에 민감한 타자가 있고, 그렇지 않은 타자가 있는데 소토는 전자쪽이다. 피치 클락에 대해 불만을 표시한 적도 있다.
몸 상태 때문이 아니라 단순히 바뀐 규정에 적응을 잘 못해 부진하다는 얘기다.
이제 전체 시즌의 15%를 소화했을 뿐이다. 그래도 소토인데, 좀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아직은 더 많은 것 같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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