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박해민은 잊어라!
삼성 라이온즈 박진만 감독은 26일 모처럼 만에 두 발 뻗고 푹 잤을 것 같다. 4연패에서 탈출했다. 모두의 관심이 쏠린 두산 베어스 이승엽 감독과의 동갑내기, 신입 감독 첫 맞대결에서 1대0 신승을 거두기도 해서다. 모두가 이 감독의 대구 귀환에만 초점을 맞춘 경기였는데, '제2의 이승엽' 구자욱의 홈런포로 귀중한 승리를 챙긴 삼성이었다.
홈런을 친 구자욱도, 6이닝 무실점 투구를 한 뷰캐넌도, 살 떨리는 9회 마무리에 성공한 이승현도 칭찬을 받을만 했지만 숨은 영웅은 따로 있었다. 바로 중견수 김성윤. 김성윤은 9회초 상대 선두타자 양의지가 친 좌중간 2루타성 타구를 그림같은 다이빙 캐치로 걷어냈다. 수십미터를 전력 질주 해 완벽한 타이밍에 몸을 던졌고, 좌중간을 가를 것 같던 타구는 김성윤의 글러브 속에 들어가고 말았다.
새로운 마무리 이승현은 직전 등판 KIA 타이거즈전에서 충격의 역전 결승 끝내기 홈런을 맞은 아픈 경험이 있었다. 그런 가운데 1점차 상황에서 주자를 2루로 출루시켰다면 크게 흔들렸을 가능성이 높다. 삼성의 연패는 더욱 길어질 뻔 했다. 김성윤의 '슈퍼캐치' 하나가 삼성의 시즌 운명을 바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날 경기 뿐 아니다. 지난 14일 롯데 자이언츠전에서도 9회 선두타자 고승민의 타구를 호수비로 처리하며 당시 마무리 오승환의 세이브를 도왔던 바 있다. 그 때도 오승환이 흔들릴 때라 선두타자가 출루하고, 롯데 중심 타선으로 연결됐다면 경기가 어떻게 될 지 알 수 없었다. 수비 하나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김성윤의 플레이다.
김성윤은 2017년 삼성에 입단한 외야수다. 프로 선수로는 왜소한 1m63의 키에 파워가 많이 부족하다. 타격에서 한계가 있다. 하지만 데뷔 후 꾸준하게 1군에서 기회를 얻는 이유가 있다. 바로 안정된 수비력과 빠른 발이다. 주전은 아니어도 백업으로 요긴하게 활용될 수 있다. 지난해 가장 많은 48경기를 뛰고 10개의 도루를 기록하며 박진만 감독의 눈에 들었다. 그리고 이번 시즌 주전 중견수로 낙점됐던 김현준의 부상으로 기회를 받고 있다.
지금은 LG 트윈스에서 뛰고 있지만, 삼성에서 데뷔해 국가대표 중견수로 성장한 박해민이 김성윤의 좋은 롤모델이 될 수 있다. 박해민도 류중일 감독에게 눈도장을 찍고 2014년부터 삼성의 붙박이 중견수로 뛰며 왕조 건설의 공신이 됐는데, 류 감독이 그를 눈여겨본 첫 번째 이유가 바로 외야 수비력이었다. 여전히 리그 최고 수준인데, 최근 김성윤이 보여주는 능력이라면 박해민과 비교해 크게 뒤질 게 없다. 이렇게 수비로 눈도장을 찍으며 기회를 얻을 때, 타격에서도 자신의 존재감을 발휘하면 '제2의 박해민'이 될 수 있다. 아직은 들쭉날쭉한 기회에 타석에서 조급함이 생길 수밖에 없다. 컨택트 능력을 발휘하는 것에 모든 집중을 하면 빠른 발을 이용해 좋은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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