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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은퇴하자" '절친' 떠난 슬픈 날, 용기준 외인선수의 한마디→그랜드슬램 쾅 "큰 힘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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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삼성에서 은퇴하자"고 다짐했던 절친 이원석이 팀을 떠난 날. 삼성 라이온즈 오재일이 짜릿한 역전 드라마를 썼다.

오재일은 27일 대구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두산전에 5번 1루수로 선발 출전, 7회 역전 그랜드슬램으로 7대6 대역전승의 주인공이 됐다.

극심한 슬럼프를 겪고 있는 오재일은 이날도 좋지 않았다. 이원석의 이적으로 5번 타순으로 한계단 올랐지만 타격감을 찾지 못했다. 이날 전까지 1할7푼6리의 타율에 22일 부터 3경기 연속 무안타 행진.

이날도 초반에 썩 좋지 못했다.

2회 첫 타석에서 볼넷으로 출루했지만 3,6회 두 타석 연속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나쁜 유인구에 크게 헛스윙하며 전혀 타이밍을 잡지 못하는 모습. 하지만 반전의 순간이 기다리고 있었다.

앞 두 타석 삼진은 짜릿한 절정을 위한 스토리 축적 과정이었을 뿐이었다.

7회말 결정적 찬스가 찾아왔다. 볼넷 2개와 안타로 2사 만루 기회가 오재일에게 찾아왔다. 마운드에는 두산 불펜 에이스 정철원. 박한이 코치가 타석에 서려는 오재일에게 무언가 조언을 건넸다.

오재일은 3B1S 타자 카운트에서 정철원의 148㎞ 직구를 거침 없이 당겨 오른쪽 담장을 훌쩍 넘겼다. 7-6 역전을 만드는 소름 돋는 그랜드슬램(시즌 3호, 통산 1081호, 개인 7번째).

"타석에 서기 전에 박 코치님께서 못 쳐도 되니까 그냥 편하게 치라고 하셨어요. 무조건 직구가 올 타이밍이라 생각해서 스윙을 했는데 실투가 홈런으로 연결됐습니다."

절친 이원석의 이적으로 슬픔 속에서도 책임감이 눈덩이 처럼 커졌던 오재일.

"아침에 갑자기 자고 있는데 전화가 와서 간다고 하길래 장난하지 말라고 전화를 끊었어요. 거짓말인 줄 알았죠. 그러다가 기사 보고 깜짝 놀랐죠. 오늘 최대한 신경을 안 쓰려고 했는데도 좀 마음이 뒤숭숭했는데 그래도 홈런을 치니까 다 잊어먹었어요.(웃음)"

같은날 삼성과 키움의 5번타자 1루수로 동시에 출전한 오재일과 이원석은 각각 만루홈런과 키움 데뷔 첫 안타 등 활약을 펼치며 팀 승리에 힘을 보탰다.

오재일의 만루포 뒤에는 호세 피렐라가 있었다. 이날 투런포 포함, 4타수4안타로 최고의 활약을 한 피렐라는 완벽부활을 알렸다.

"피렐라가 오늘 경기 전에 '우리 둘이 이제 할 수 있다' 저한테 계속 얘기를 해 주더라고요. 우리 둘이만 살아나면 된다. 우리 둘이 이제 칠 때가 됐다고 여러차례 얘기해 주더라고요. 피렐라가 아까 홈런 치는 거 보고 되게 부러웠는데 제가 치니까 피렐라가 진심으로 좋아하더라고요. 평소에도 저에게 큰 힘을 주는 선수입니다."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