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16년차 리빙레전드도 만면에 웃음을 띄었다. 13년만의 8연승, 11년만의 정규시즌 1위(20경기 이상 기준)가 준 환희는 그만큼 컸다.
롯데 자이언츠는 30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5대3으로 역전승, 기적 같은 8연승을 완성했다.
깜짝 스타 나균안을 제외하면 선발투수 모두가 5이닝 버티기를 힘겨워하는 악전고투였다. 다행히 '미스터제로' 김진욱이 각성했고, 김상수 신정락 윤명준 등 업어온 베테랑들의 일치단결한 활약이 빛났다. 타선이 다소 부진하긴 했지만, 필요할 땐 터져줬고 고비 때마다 대타 작전도 인상적이었다. 구승민 김원중의 뒷문은 철벽이었다.
흔들리던 안우진을 완전히 무너뜨리지 못했다. 5회 2득점, 안우진 상대임을 감안하면 값진 득점이지만 거듭된 찬스를 잘 살리진 못했다.
잘 버텨주던 한현희의 투혼이 5회를 버티지 못했다. 2-0으로 앞서던 경기를 2-3으로 역전당했다.
2만2990석이 매진된 사직구장은 '파워 오브 원'의 진수를 선보였다. 모두가 힘을 합쳐 부산갈매기와 돌아와요부산항에를 떠나갈듯 불렀고, '마!'를 외쳤다. 롯데 선수들에겐 용솟음치는 에너지가 되고, 상대 선수들의 심장을 압박하는 힘이 됐다.
'롯데 원클럽맨'이자 전 주장인 전준우(37)는 이날 4-3으로 앞선 7회 빗맞은 적시타로 5점째 쐐기타를 작성, 통산 2600루타(KBO 역대 33번째)를 달성했다.
그는 '오늘 경기 어땠나'라는 질문에 "이기고 있다가 뒤집어졌지만, 여전히 추격 사정권에 있었다. 분명히 한번쯤 찬스가 올 거라 알고 있었다"면서 "선수들이 집중력을 잃지 않고 해주니 게임이 우리쪽으로 왔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2010년 6월 12일 이후 4705일만의 8연승, 2012년 7월 7일 이후 3949만의 정규시즌 1위(20경기 이상 기준)다. 각각 제리 로이스터 전 감독, 양승호 전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던 시절이다. 전준우는 "너무 오래전 일이다. 솔직히 기억이 잘 안 난다. 그때보다 지금이 더 좋다"며 활짝 웃었다.
"1위라는 게 그만큼 우리가 잘하고 있다는 뜻 아닌가. 팀의 일원으로서 너무 기분 좋다."
전준우는 박흥식 이병규 백어진 등 안우진의 투구를 분석해준 코치들에게 공을 돌리는 한편, "워낙 좋은 투수지만 우리도 준비를 정말 많이 했다"면서 "확실히 우리 선수들이 기세가 좋으니까 안우진도 쉽게 못 들어오더라. 컨디션이 좋으니까 잘 들어와도 골라내고, 그러니까 상대도 고전하지 않나. 안우진을 빨리 내리는 게 목적이었다. 뒤에 누가 나오든 안우진보다는 못한 투수들이라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키움 김동혁의 보크로 동점이 되는 순간에 대해서는 "어 왜 저러지? 긴장했나? 어안이 벙벙했다. 신인급의 어린 투수니까…"라며 "우리에게 운이 좋았다"고 덧붙였다.
"사직은 롯데 친화적인 구장 아닌가. 상대팀 응원단이 와도 우리 응원이 워낙 압도적이고. 아마 (사직에)기가 좀 눌리지 않았나 생각한다."
2600루타 기록도 행운이 곁들여졌다. 렉스의 역전 적시타로 4-3 역전이 됐고, 여기서 전준우의 빗맞은 타구가 스핀을 먹으면서 키움 1루수 이원석의 옆으로 빠져나가는 행운의 안타가 됐다.
"조금만 빠져줘라! 생각했는데 기분좋게 빠져나갔다. 내가 착한 일을 많이 했구나 생각했다. 우리에게 좋은 기운이 몰리고 있다. 하지만 이 순간이 마침표가 아니라 계속 가야한다. 앞으로도 집중하겠다. 아직 너무 많은 경기가 남았다."
부산=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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