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자칫 '막장'이 될 뻔 했다. 양 팀 마무리 투수들의 릴레이 부진. 마지막 결단의 시점이 한 팀을 살렸다.
지난 4월 3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KIA 타이거즈의 맞대결. 마지막까지 손에 땀을 쥔 초접전 경기였다. 한 팀이 뒤집으면, 다시 반대팀이 뒤집고 역전과 동점 다시 역전을 거듭했다.
승패는 가장 마지막에 갈렸다. 말 그대로 양 팀 마무리 투수들의 대란이었다. 5-5 동점이던 8회초 KIA가 상대 수비 실책을 앞세워 1점을 내 다시 리드를 찾았다. 이어 2사 1,2루 상황에서 LG 벤치가 마무리 고우석을 올렸다. 그런데 류지혁이 고우석의 초구를 쳐 우익수 방면으로 흘러가는 2루타를 터뜨렸다. 주자 2명이 득점을 올리기에 충분했다. KIA의 8-5 리드.
3점 차 상황에서 KIA는 8회말 필승조 전상현을 선택했다. 그러나 전상현은 2아웃을 잡고 갑자기 제구가 전혀 안되기 시작했다. 2사 1루 상황에서 문성주 상대로 볼넷 그리고 김현수 상대로 또 볼넷. 제대로 승부가 되지 않으면서 스스로 위기를 자초해 만루에 몰렸다. 전상현을 한번 더 믿었지만 오스틴 딘에게 1타점 적시타를 맞았고, 위기에 놓인 KIA는 결국 한 박자 빨리 마무리 정해영을 기용했다.
2년 연속 30세이브를 거두며 구단 역사를 새로 쓰고 있는 젊은 마무리 투수지만, 정해영의 올 시즌 컨디션은 아직 살아나지 않고 있다. 스스로도 구속에 대한 걱정을 내비칠 정도. 그래도 최소 실점으로 막아내면서 버티던 정해영은 이날 9회가 아닌 8회에 등판했다. 이틀전 2이닝을 던진 후 하루 쉬고 다시 아웃카운트 4개를 잡기 위해 등판한 것이다.
그러나 정해영의 이날 컨디션은 좋지 않았다. 만루에서 첫 타자 오지환에게 곧바로 2타점 동점 적시타를 허용하며 블론세이브를 기록했다. 8-8 동점. 다음 타자 문보경과의 승부에서도 다시 볼넷을 내줬다. 문보경과는 사실상 승부를 피했다. 제구가 되지 않는 상황에서 문보경이 대형 파울 홈런을 날렸고, 3b1s의 불리한 카운트를 감안해 포수 한승택이 빠지는 볼을 요구했다. 그리고 다음 타자 김민성과 승부해 유격수 땅볼을 잡아냈다.
8-8 동점에서 LG는 마무리 고우석이 계속 투구를 이어갔다. 고우석의 컨디션도 정상이 아니었다. 김선빈, 최형우에게 연속 볼넷 허용. 그리고 끝내 황대인에게 재역전 적시타, 소크라테스 브리토에게 역전 스리런 홈런을 맞고 고우석이 마운드를 내려갔다. LG가 고우석을 그제서야 고우석을 내리고 김진성을 올려 추가 실점 없이 이닝을 마쳤지만, 이미 치명적인 실점을 한 뒤였다. LG 벤치로써는 고우석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리그 최고의 마무리 투수. 부상 복귀 이후로도 좋은 활약을 보여준 투수이기 때문이다. 그 상황에서 고우석을 빼고 다른 투수를 올리는 선택을 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리고 마지막 9회말. KIA도 정해영이 계속 마운드를 지켰지만, 볼넷과 안타로 흔들리자 대기하던 임기영을 곧바로 투입했다. 이미 컨디션이 좋지 않다는 게 8회에 증명이 된 상황에서 정해영을 더 밀어붙일 이유가 없었다. 다행히 임기영이 추가 실점 없이 경기를 막아냈고, KIA는 9회말에도 실점을 할 뻔한 긴장감 넘치는 상황에서 3점 차 승리를 지켜냈다. 만약 KIA가 9회말에 추가 점수를 내줬다면 LG가 충분히 동점도 만들 수 있었고, 경기는 종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갔을 것이다. 양 팀 마무리 투수가 3점도 지키지 못하는 허망한 경기가 더 끝장 승부로 이어질 수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올 시즌 마무리 투수의 컨디션 난조가 KIA 벤치의 반 박자 빠른 결단을 유도했다. 이날 정해영은 쑥스러운 승리 투수가 됐지만, 연일 터프한 경기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벤치의 뒷문 고민은 이어지게 됐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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