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이렇게 야구해서 도루 타이틀을 차지한들, 누가 인정해주겠나.
미국 메이저리그 피츠버그 파이리츠에서 활약중인 배지환이 꼭 명심해야 하는 말이다.
배지환은 이번 시즌 혜성처럼 등장한 빅리그 새로운 스타 중 한 명이다. 사실 한국 야구팬들이라면 지난 몇 시즌 동안 꾸준한 활약을 보여준 최지만을 더욱 주목했을 것이다. FA를 앞두고 새롭게 이적한 피츠버그에서 어떤 타격을 보여줄지 관심이 모아졌다.
하지만 최지만이 부진, 부상으로 시들한 사이 떠오른 선수는 바로 배지환이다. 개막부터 빠른발, 내-외야를 가리지 않는 수비에 작은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일발 장타까지 더해지며 데릭 쉘튼 감독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피츠버그 언론, 팬들도 배지환을 극찬했다. 만년 꼴찌팀 피츠버그가 개막 후 믿기 힘든 승리 행진을 벌이며 배지환의 가치는 더욱 상승했다.
그런 가운데 최근 배지환을 상징하는 키워드는 바로 '도루'다. 도루 시도와 성공 횟수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지난 6일(이하 한국시각) 토론토 블루제이스전에서 1회 리드오프로 출전해 볼넷 출루 뒤 2루 도루에 성공했다. 시즌 14호. 내셔널리그 도루 1위 로날드 아쿠냐 주니어(애틀랜타 브레이브스)를 1개차로 추격중이다. 메이저리그 전체를 통틀어도 16개의 1위 에스테우리 루이스와 2개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래서 마음이 급했던 것일까. 곧바로 3루 도루를 시도하다 아웃됐다. 최악의 플레이였다. 0-1로 뒤지던 1회말이었다. 상대 선발 배싯이 제구 난조를 보이고 있었고, 타석에는 가장 잘치는 3번타자가 있었다. 3루 도루를 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이유를 꼽자면 딱 하나, 개인 도루 기록을 늘리겠다는 생각이 지배했다고밖에 볼 수 없는 장면이었다.
선수가 자신의 가치를 끌어올리고 어필하기 위해, 타이틀에 도전하는 건 절대 욕할 게 아니다. 그 의지를 높이 평가해야 한다. 하지만 팀을 망치면서까지 개인 기록에 집착하는 순간 그 의미가 퇴색된다. 피츠버그는 이날 패배로 5연패 늪에 빠졌다. 그동안 배지환을 칭찬하던 감독, 언론, 동료 등이 이 플레이에 대해 쓴소리를 즉각 내뱉은 이유다.
도루 뿐 아니다. 주자 진루를 위해 밀어치는 팀 타격이 필요한데, 자신의 타율을 신경쓰다 무리하게 공을 잡아당겨 병살을 치는 선수들이 많다. 야구계에서는 이런 선수가 아무리 좋은 성적을 내도 '대선수'로 인정하지 않는다.
전 세계에서 야구 잘하는 선수들 다 모인 메이저리그. 배지환이 홈런, 타율로 최정상급 선수들과 정면 승부를 펼치기는 쉽지 않다. 젊고 혈기 넘치는 배지환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도루'로 승부를 보겠다는 마음은 알겠지만, 상황을 가려가며 뛰어야 할 것 같다.
한편, 배지환은 8일 경기에서 대타로 출전했지만 3경기 연속 무안타로 침묵했다. 당연히 도루 추가도 없었다. 팀은 20승 선착 후 7연패 늪에 빠지고 말았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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