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도대체 몇 점이나 앞서야 벤치에서 편안하게 경기를 볼 수 있을까.
프로야구 감독의 스트레스. 갈수록 심해진다.
당연히 이길 거라 낙관했던 경기가 따라잡힌 서늘한 경험을 하면 더욱 그렇게 된다.
삼성 박진만 감독이 제대로 겪었다. 지난 28일 수원 KT전. 8-0으로 앞서다 8회말 느닷없이 8실점 하며 동점을 내줬다. 연장 승부 끝에 10대9로 이겼지만 웃지 못했다.
박진만 감독은 경기 후 "쉽게 마무리 지을 수 있는 경기가 연장까지 가게 된 것은 감독의 잘못된 선택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감독 때문에 질 뻔한 경기를 포기하지 않고 선수들이 열심히 뛰어 잡을 수 있었다"는 승리의 기쁨 아닌 반성의 소감을 남기고 경기장을 떠났다.
그 스트레스가 시즌 내내 이어지고 있다.
9일 대전 한화전도 마찬가지였다. 삼성은 6회까지 5-0으로 앞섰다. 한화가 7회 2루타 2방으로 1점을 추격했지만 추가 찬스를 살리지 못했다. 삼성 승리가 굳어져 가던 9회초 2사 만루에서 강민호의 만루 홈런이 터졌다.
심각하던 박진만 감독의 표정이 그제서야 환해졌다. 어차피 다 이긴 경기. 왜 그렇게 기뻐했을까.
다음날인 10일 한화전에 앞서 그 이유를 묻자 박진만 감독은 "상대를 확실하게 꺾을 수 있는 점수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 감독은 "4점 리드는 불안한 점수다. 수원에서 8점 이기다가도 동점이 되는 경험을 해보지 않았느냐"며 웃었다. 이어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고 말하며 고개를 절레 절레 저었다.
올시즌은 초반 부터 순위 싸움이 유독 치열하다. 팀 마다 의외성도 크고 업다운도 심하다. 전반적으로 뒷문도 불안하다.
사령탑의 스트레스 지수가 높아질 수 밖에 없는 환경이다.
더워질 수록 더하면 더했지 나아지지 않는다. WBC 후유증에 시즌 중 아시안게임 차출도 있다. 무한 변수의 시즌이다.
승부, 중요성이야 설명이 필요 없지만 그래도 건강이 최우선이다. 자칫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다. 극한 시즌, 몸과 마음을 지켜야 한다. 지금 당장 힘들어도 시즌은 길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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