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기억할게요. 3, 70, 88."
한화 이글스 김서현(19)이 자신의 SNS 프로필에 남긴 글이다. 떠나보낸 '스승'들을 향한 그리움을 가득 담았다.
김서현은 12일 인천 SSG 랜더스전에서 데뷔 후 처음으로 마무리로 마운드에 올랐다. 전날 경기에 이어 데뷔 첫 연투이기도 했다.
5-2로 앞선 9회말, 마운드에 오르던 김서현은 잠시 멈칫했다. 그리고 이내 마운드에 두 개의 번호를 썼다. 3번, 그리고 70번이었다. 자신의 프로 첫 스승, 카를로스 수베로 전 감독과 호세 로사도 전 투수코치를 향한 리스펙트였다. SNS에 남긴 88은 이들과 함께 떠난 대럴 케네디 수석코치의 등번호다.
한화는 지난 11일 수베로 전 감독을 갑작스럽게 경질했다. 5월 들어 5승1패로 상승세를 타고 있던 선수단 입장에선 당황스런 통보였다.
수베로 전 감독은 이 같은 분위기를 예상했던 걸까. 그는 지난 11일 브리핑에서 "수년간 쌓이고 쌓인 의문점이 어제 경기 초반 확신으로 변했다"며 지속적으로 불리하게 느꼈던 심판 판정에 대해 직설적인 비판을 남긴 뒤 경기 후 경질됐다.
로사도, 케네디 코치는 마이너리그 시절부터 함께 해온 '수베로 사단'이다. 그와 함께 떠나는 건 정해진 수순이었다. 한화는 최원호 신임 감독을 비롯한 새 코칭스태프를 짰다.
SSG 전은 최원호 신임 감독이 치르는 첫 경기였다. 최 감독이 1군 지휘봉을 잡는 건 2번째.
2020년과는 다르다. 당시 최 감독은 1군에서 무려 114경기를 치렀지만, 30경기만에 경질된 한용덕 전 감독의 '대행'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정식으로 3년 계약을 맺고 1군 사령탑에 부임했다.
김서현은 선두타자 오태곤에게 몸에맞는볼을 내줬지만, 이후 조형우 최 항 최주환을 모두 범타 처리하며 데뷔 첫 세이브를 올렸다.
김서현은 데뷔 첫 세이브공을 최 감독에게 선물했다. 하지만 프로에서 처음 만난 스승에 대한 애정도 잊지 않았다. 메이저리그 진출을 논할만큼 150㎞ 후반의 직구를 뿌려대는 올해 최고의 괴물 신인임에도 개막 엔트리에도 올리지 않았다. 뜻하지 않은 SNS 논란을 겪은 그에게 프로에 적응할 시간을 주고, 기본부터 차근차근 가르친 전 감독과 투수코치다.
한화는 올시즌 마무리 투수를 두고 부침을 겪고 있다. 개막 당시에는 장시환이 마무리였다. 이후 김범수와 박상원, 강재민 등이 그 역할을 수행했다. 김서현의 마무리 등판은 처음이다.
등판 전 김서현은 마운드에 무언가를 그렸다. 숫자 3과 70이었다. 이는 바로 수베로 전 감독과 로사도 투수 코치의 등번호 3번과 70번이었다. 그의 모자에도 두 번호가 적혀 있었다. 데뷔 후 초반부터 마음고생이 심했던 그에게 아버지 같이 따뜻하게 대해주며 기회를 줬던 두 은사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었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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