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제주)=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2타 차 앞선 18번 홀(파4). 우승 경험이 없는 백석현(33)은 마지막 티박스에서 긴장을 풀지 못했다. 바람까지 거세졌다. 긴장이 고조됐다. 우드를 잡을까 하다 잡은 드라이버. 완벽하게 제 스윙을 하지 못했다. 공이 밀려 우측 해저드에 빠지고 말았다.
불안감이 엄습하는 순간. 세번째 샷도 컸다. 홀을 지나 우측 벙커에 빠졌다.
그린을 살핀 백석현은 캐디가 건넨 생수를 받아 물을 한 모금 마셨다. 그리고 벙커로 들어갔다. 벙커샷이 핀 왼쪽에 붙었다. "인생 최고의 샷이었다. 다시 치라고 해도 그렇게 못 칠 것 같다"고 말한 최고의 샷. 우승을 예감한 듯 그제서야 만족감을 표했다. 이태훈의 긴 버디퍼트가 홀 오른쪽으로 빠졌다.
백석현은 끝까지 신중했다. 짧은 퍼트 길을 정비했다. "넣으면 우승이라고 생각하기 보다 내 스트로크에 집중하자, 떨지 말자 후회하지 말자는 생각이 컸다"고 말했던 우승 퍼트.
그린 위에서 공이 사라지는 순간 함성이 터졌다. 거구의 무명골퍼는 양팔을 벌리며 환호했다. 축하의 물세례가 쏟아졌다. 잊을 수 없는 5월의 화창한 제주 하늘이었다.
백석현(33)이 감격의 생애 첫 우승을 차지했다.
백석현은 21일 제주도 서귀포시 핀크스 골프클럽(파71)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SK텔레콤 오픈(총상금 13억원) 최종일 4라운드에서 2타를 줄이며 69타를 기록, 최종합계 13언더파 271타로 와이어투와이어 우승을 차지했다. 코리안투어 데뷔 56번째 대회 만의 첫 우승.
중학생 때 태국으로 건너가 프로 생활을 시작한 백석현은 전역 후인 2021년 무려 62kg을 감량하고 KPGA 코리안투어에서 본격적인 활약을 시작했다.
감격의 첫 승으로 백석현은 우승 상금 2억6000만원을 확보했다. 이 대회 전까지 받은 48개 대회 상금 총액(2억3051만원)보다 많은 액수. 제네시스 포인트 1200포인트와 2027년까지 투어 시드도 확보했다. 백석현은 "그동안 시드에 급급했는데 4년의 시간이 확보된 만큼 급하지 않게 필요한 부분을 고쳐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호성과 공동선두로 최종 라운드에 나선 백석현은 4번 홀(파5)에서 8m 이글 퍼트를 성공시키며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3타차 선두로 앞섰지만 14번 홀(파3)에서 보기를 범하며 버디에 성공한 이태훈에게 1타 차로 쫓겼다. 하지만 백석현은 16번 홀(파5)에서 2타 차로 벌린 뒤 마지막 홀 트러블 상황을 극복해 보기로 막아내며 1타차 우승을 완성했다.
백석현은 "샷감이 좋아 자신감이 있었다. 지키지 말고 공격적으로 치자는 생각으로 스코어 안 보고 홀 바이 홀로 친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이야기 했다. 또한 "결혼한지 5개월이 됐는데 제 눈치를 보면서 응원해준 와이프와 장인 장모님께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 너무 기쁘다"며 "앞으로 더 멋진 플레이어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2타를 줄이며 추격한 이태훈은 마지막 홀 7m 버디에 실패하며 12언더파 272타로 2위에 만족해야 했다.
디펜딩챔피언 김비오는 송민혁 이태희와 함께 최종합계 10언더파 274타로 공동3위에 올랐다.
공동선두로 출발했던 '낚시꾼 스윙' 최호성은 4타를 잃고 공동11위(7언더파 277타)로 밀렸다.
대회 공동집행위원장이자 AI 중계로 화제를 모은 최경주는 버디 2개와 보기 2개로 이븐파 71타를 기록, 최종합계 5언더파 279타 공동 19위로 대회를 마쳤다.
이번 대회는 SK텔레콤이 자랑하는 AI 기술들이 대회 곳곳에 스며들어 갤러리와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한편, 성유진(23)은 같은날 강원도 춘천 라데나 골프클럽(파72·6350야드)에서 열린 KLPGA 투어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총상금 9억원) 결승전에서 동갑내기 박현경을 4홀 차로 꺾고 매치 퀸에 올랐다.
지난해 6월 롯데오픈에서 데뷔 첫 우승을 차지했던 성유진은 만 1년이 되기 직전에 두 번째 우승컵을 안았다.
지난달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대회 준우승 이후 KLPGA 챔피언십 8위, NH투자증권 챔피언십 9위로 상승세를 이어오던 성유진은 이번 대회 우승으로 정점을 찍었다. 성유진은 우승 상금 2억2500만원과 대상 포인트 60점을 획득했다.
서귀포(제주)=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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