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연기가 재미 없었다"는 배우 송승헌(47)은 파격 고백을 뒤집을 연기 성장을 보여줄 수 있을까.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택배기사'(조의석 감독)는 극심한 대기 오염으로 산소호흡기 없이는 살 수 없는 미래의 한반도, 전설의 택배기사 '5-8'과 난민 '사월'이 새로운 세상을 지배하는 천명그룹에 맞서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 김우빈은 전설적인 택배기사 5-8을 연기하고 강유석이 택배기사를 꿈꾸는 사월로 등장해 호흡을 맞춘 작품이다. 송승헌도 극중 천명그룹 후계자 류석으로 출연해 악역을 맡았다.
송승헌은 '택배기사'를 향한 다양한 반응을 이해한다며 원작 팬들의 아쉬운 마음에도 공감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택배기사' 속 송승헌이 연기한 류석은 전사에 대한 설명이 적었던 캐릭터. 때문에 류석에 대한 매력도가 낮게 느껴질 수밖에 없기도 했다. 송승헌은 "국내외 반응이 살짝 다른 것 같다. 해외 분들은 좋게 봐주셨고, 국내 분들은 웹툰을 기대하신 것 같아서 온도차를 느끼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송승헌도 아쉬움이 남은 모양새. 류석은 다소 정적인 인물로 그려졌고, 그의 행동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고 개연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받기도 했다. 송승헌은 "어떤 작품이든 아쉬움이 남겠지만, 조의석 감독과 예전 시나리오 얘기를 하던 단계, 기획 단게에서는 류석의 아버지 얘기부터 흘러온다. 아버지가 젊었을 때 어떤 행성이 다가오고, 곧 지구가 멸망한다는 설정으로 시작해 류석의 서사가 설명이 되는데, 아무래도 한정된 시리즈 6편 안에 모든 세계관을 담아야 했기에 류석을 연기한 저로서는 아쉬움이 있지만, 작품으로는 선택과 집중을 해야 했던 것 같다"는 속마음을 내비쳤다.
극중 류석은 악당(빌런)이지만, 송승헌은 당초 제작발표회에서는 악역으로만 생각지는 않는다고 밝히기도. 송승헌은 그 이유에 대해 "이 친구가 가진 배경 자체가 누군가에겐 희생을 강요하는 캐릭터다 보니, 그걸 정당화시킬 수는 없다. 그런데 이 친구는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을 했다. 후반부 대사에도 '모두가 만족하는 세상은 없다'는 대사가 있다. 그런 대사에서 보다시피 우리 현실에서도 만족할 만한 것을 할 수는 없잖나. 류석이 가지고 처한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해야 하는 점을 표현하기 위해 조금 더 냉정하려 하고, 많은 대화를 나누며 촬영했다"고 밝혔다.
'택배기사' 속에서 송승헌은 주인공은 아니었다. 그동안 TV 드라마와 영화 등에서 주로 주인공을 연기해왔던 그였지만, 이번에는 후배 배우인 김우빈과 강유석을 위한 배경으로 남아야 했던 것. 송승헌은 "'내가 메인이어야 하는데'라는 생각을 했다면 '택배기사'의 참여를 주저했겠지"라며 "감독님에 대한 믿음이 첫째였고, 내가 빌런이고 악역이냐는 주장은 거짓말 같지만 없던 것 같다"고 밝혔다.
오래 연기를 해왔고 20대에 데뷔해 50대를 앞두고 있는 송승헌이지만, 20대와 30대 때에는 연기가 일로 느껴져 재미가 없었다는 반전 고백을 하기도. 송승헌은 "20대, 30대는 연기가 재미 없고, 그냥 일이었다. 연기를 꿈 꿨던 사람이 아닌데, 갑자기 캐스팅이 돼서 연기를 시작하고 정신이 없이 시간이 지나간 것 같다. 그때는 그냥 일이라 흥미를 못 느낀 것 같다. 최근 10년 전부터는 연기 현장에 갈 때 스태프들과 더 소통하려 하고, 더 편해졌다. 현장이 힘든 게 아니라 가고 싶고 편해졌다. 결국은 나이가 들기에 가능한 것 같다. 요즘 가는 현장은 재미있다. 조금 더 어릴 때 잘했다면 좋은 배우가 되지 않았을지, 재미있지 않았을까 생각을 하게 되더라. 그래서 이젠 안 해본 캐릭터도 해보고 싶다. 영화 '히든 페이스'에서는 파격적인 캐릭터로, '플레이어2'에서는 자유분방한 캐릭터로, 안 했던 캐릭터를 앞으로 더 해보고 싶다. 송승헌에 대한 정형화된, 바르고 착한 이미지가 있는데 그런 것을 깨보는 시도들을 많이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