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어쩌면 마지막일도 있는 선발 기회, 장원준은 어떤 감동 드라마를 연출할까.
두산 베어스 팬들에게 장원준이라는 이름은 잊을 수 없는 세 글자다. 베어스 프랜차이즈 스타는 아니다. 부산 출신으로 롯데 자이언츠 색깔이 강했다.
하지만 두산에서 뛸 때 임팩트가 대단했다. 2015 시즌을 앞두고 150억원이라는 거액을 받기로 하고 FA 입단했다. 그런데 장원준 입단으로 '두산 왕조'가 시작됐다. 외국인 투수들과 함께 장원준이 토종 에이스로 정규시즌, 포스트시즌에서 마운드를 지켜주자 두산 전력은 탄탄해졌다. 그렇게 2015 시즌과 2016 시즌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그렇게 왕조의 시작을 알렸고, 두산은 2021년까지 7시즌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엄청난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잘나가던 시절 너무 많이 던진 탓이었을까. 2017 시즌까지 화려한 날갯짓을 하다 2018 시즌부터 갑자기 추락하기 시작했다. 구위, 제구 모두 흔들리며 이전에 보여줬던 위력을 전혀 과시하지 못했다. 어깨나 팔꿈치 등 특별히 큰 부상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장원준과 두산 모두 답답한 시간만 흐를 뿐이었다.
베테랑 불펜으로서의 재도약도 시도해봤지만, 쉽지 않았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은퇴의 갈림길에 섰다. 2018년부터 5년간 허송 세월을 보내니, 그의 나이도 37세였다. 하지만 이승엽 신임 감독을 만난 게 장원준에게 행운이라면 행운이었다. 스타 플레이어의 마음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이 감독은, 이대로 끝내면 후회가 남을 것이니 장원준에게 마지막 도전을 독려했다.
그렇게 장원준은 절치부심 시즌을 준비했다. 개막 엔트리에는 포함되지 못했지만, 2군에서 선발로 꾸준히 피칭을 했다. 그리고 기회가 찾아왔다. 23일 잠실 삼성 라이온즈전 선발. 곽 빈, 딜런 등 선발투수들의 부상으로 인한 임시 선발 개념이지만 장원준에게는 더 없이 소중한 기회다. 홈팬들 앞에서 '아직 나 죽지 않았다'라는 걸 보여줄 수도 있고, 개인 130승도 걸려있다. 2018년 5월5일 LG 트윈스와의 어린이날 매치 6이닝 무실점 승리가 그의 129번째 승리였다.
그리고 정말 간절한 생존 문제도 연결돼있다. 2군에서만 야구 하고 싶어하는 선수들은 없다. 1군에서 뛰는 게 목표다. 이번 투구로 강인한 인상을 남겨야 선발이든, 불펜이든 1군에 자리를 잡을 수 있다.
일단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2군에서 선발로 던질 때 구위가 기대 이상이었다고 한다. 전성기만큼은 아니어도, 충분히 타자들과 붙어볼만 한 공이라는 후문이다. 단, 이번에 잘 던진다고 해도 당장 붙박이 선발이 되기는 힘들 수 있다. 곽 빈과 딜런이 부상을 털고 돌아올 준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대투수였다고 해도, 당장 토종 에이스와 외국인 투수를 앞설 수 있다고 하기는 무리다. 두산 로테이션이 정상적으로 계속 돌아간다고 하면, 이번 기회가 장원준에게는 마지막 선발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만약 삼성전 부진하다고 해도, 누가 장원준에게 돌을 던질 수 있을까. 지난 2020년 10월 이후 무려 958일 만에 다시 서는 선발 마운드다. 그 자체만으로도 팬들에게 주는 울림이 크다. 이겨도, 져도 두산팬들은 박수를 보내줄 것이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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