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광속구의 시대다.
150㎞ 직구가 '돌직구'로 불리는 것도 과거의 이야기. 한화 이글스 문동주가 KBO리그 최초로 160㎞ 시대를 활짝 연 가운데, 150㎞ 후반대 광속구를 뿌리는 투수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세상이다.
그러나 24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를 찾은 팬들은 마운드 위에서 펼쳐진 '느림의 미학'에 푹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한화 이글스 장민재(33)과 KIA 타이거즈 윤영철(19)이 뛰어난 제구를 앞세워 팽팽한 투수전을 펼쳤다.
프로 15년차 장민재는 직구 최고 구속이 130㎞ 후반대지만, 전매특허인 낙차 큰 포크볼과 체인지업, 뛰어난 제구력을 앞세워 한화 선발 로테이션을 지키고 있다. 2023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에서 KIA에 지명된 윤영철은 직구 최고 구속이 140㎞ 안팎이지만, 공을 투구 직전까지 숨기는 디셉션과 제구력을 앞세워 데뷔 시즌 선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두 투수가 뿌리는 공에 양팀 타자들의 방망이는 허공을 가르기 일쑤였다. 장민재는 이날 올 시즌 최다인 7개의 탈삼진을 뽑아냈다. 윤영철은 이날 탈삼진 2개에 그쳤으나, 5회까지 내준 2안타 모두 단타에 그칠 정도로 뛰어난 컨트롤과 경기 운영 능력을 선보였다.
하지만 단 한 방의 홈런이 두 투수를 눈물짓게 했다.
장민재가 먼저 흔들렸다. 5회초 선두 타자 변우혁과의 1B2S 승부에서 뿌린 136㎞ 직구가 스트라이크존 한가운데로 말려 들어갔고, 변우혁이 이 틈을 놓치지 않고 방망이를 돌려 좌월 선제 솔로포를 만들었다. 윤영철이 5회를 삼진-파울플라이-삼진으로 수놓으면서 승리 요건을 갖추고, 그렇게 웃는 듯 했다.
그러나 윤영철도 고개를 떨궈야 했다. 6회말 2사 주자 없는 가운데 한화 채은성에 2S의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142㎞ 직구를 한복판에 꽂아 넣었다. 채은성은 이를 놓치지 않고 동점 좌월 솔로포로 연결했다.
1-1 동점이 되자, 한화는 7회초 수비에서 장민재 대신 이태양을 마운드에 올렸다. KIA도 7회말 86개의 공을 뿌린 윤영철 대신 최지민을 등판시키면서 변화를 택했다. 뛰어난 제구와 경기 운영으로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를 펼친 두 투수 모두 진한 아쉬움이 남을 만했다.
그나마 미소 지은 쪽은 윤영철이었다. KIA는 1-1 동점이던 8회초 소크라테스의 결승 투런포로 리드를 잡았고, 9회 1점을 더 추가해 한화를 4대2로 제압했다.
대전=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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