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찰나의 순간에서 흐름이 갈렸다.
26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펼쳐진 KIA 타이거즈와 LG 트윈스 간의 경기. 0-1로 뒤진 3회초 2사 2루에서 LG 오지환을 상대한 KIA 아도니스 메디나는 풀카운트 승부에서 바깥쪽에서 휘어져 들어가는 슬라이더를 결정구로 택했다. 홈플레이트에 걸친 공에 포수 신범수와 메디나 모두 삼진 콜을 예감했지만, 구심의 손은 올라가지 않았다. 메디나는 그대로 주저 앉아 아쉬움을 표했고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이날 TV중계에 참가한 박용택 해설위원은 이 공을 두고 "볼 판정을 받았지만, 저게 만약 제구가 된다면 좌타자는 계속 지켜볼 수밖에 없다"며 "피치 터널이 처음에는 볼이라 타자는 배트가 나갈 준비가 안된 가운데 안쪽으로 들어오는 공"이라고 설명했다.
이 볼넷 후 흔들린 메디나는 선제 솔로포를 내줬던 오스틴 딘을 상대하다 폭투로 진루를 허용했고, 좌익수 키를 넘기는 2타점 2루타까지 맞으면서 3실점째를 기록했다. 김현수까지 상대하면서 투구수도 늘어났다. 4회 추가 실점한 메디나는 5회까지 책임졌지만, 이미 투구수는 한계인 100개에 가까운 숫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메디나는 6회 다시 마운드에 오르면서 올 시즌 최다 투구 수를 기록했으나, 승운은 따르지 않았다. 6이닝 4안타 2볼넷 5탈삼진 4실점, 총 투구수는 110개.
KIA는 25일 대전 한화전에서 선발 이의리가 2회초 1아웃에서 헤드샷으로 자동 퇴장 당하면서 불펜 자원을 총동원하는 불펜 데이 승부를 펼쳐야 했다. 마무리 정해영을 제외한 불펜 투수 전원이 마운드에 오른 가운데, LG전을 앞두고 김기훈 전상현을 1군 말소하고 퓨처스(2군)팀에서 김유신 박준표를 콜업했다. KIA 김종국 감독은 경기 전 "메디나가 최대한 많은 이닝을 책임져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100개 넘는 공을 던지며 지친 팀 마운드를 위해 헌신한 메디나지만, 찰나의 한 장면이 머릿 속에 맴돌 수밖에 없는 밤이었다.
광주=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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