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한화 이글스는 올 시즌 KBO리그에 '광속구 열풍'을 불러온 팀이다.
2년차 문동주는 국내 선수 최초로 160㎞의 공을 뿌리며 한국 야구사를 새로 썼다. 올해 데뷔한 신인 김서현도 150㎞ 후반대 공을 어렵지 않게 뿌리고 있다. 만년 꼴찌 설움을 겪던 한화 팬들에겐 희망을, 강속구 투수가 목마른 타팀 팬에겐 부러움과 질투를 동시에 불러 일으켰다.
하지만 두 투수 모두 '제구'라는 고민을 안고 있다. 문동주는 최근 들어 구속을 낮추고 제구를 잡는 데 집중하고 있지만, 좀처럼 만족스런 결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김서현도 제구 불안 해결을 위해 직구에서 슬라이더 위주의 패턴으로 변화를 시도하고 있으나, 미완성이다. 프로 1~2년차인 이들이 진정한 광속구 시대를 열어가기엔 여전히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이런 한화에 오히려 돋보이는 건 '느림의 미학'이다.
장민재(33)는 올 시즌 한화 국내 선발 투수 중 가장 안정감 있는 투구를 펼치고 있다. 8경기서 단 2승(3패)에 그쳤지만 평균자책점 2.76. 볼넷은 11개에 그친 반면, 탈삼진 32개를 뽑아냈다. WHIP(이닝당 출루 허용률)도 1.18로 준수하다. 직구 최고 구속이 130㎞ 후반에 불과하지만, 전매특허인 포크볼과 체인지업을 구석구석 찔러넣으며 결과를 내고 있다.
투수 최고참 정우람(38)은 5홀드로 한화 불펜 투수 중 가장 많은 홀드를 기록 중이다. 20경기 16이닝 평균자책점은 2.20. 장민재와 마찬가지로 직구 구속은 140㎞에 못 미치지만, 특유의 노련미와 커맨드를 앞세워 올 시즌 좋은 모습을 이어가고 있다.
2021시즌까지만 해도 두 투수는 가시밭길을 걸었던 점을 떠올려보면 올 시즌 활약상은 놀라운 반전처럼 보인다.
한화 최원호 감독은 "KBO리그 전반을 볼 때 스트라이크를 잘 던지는 투수는 많지만, 커맨드를 논할 정도의 공을 던지는 투수가 많은 편은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이어 "그래도 우리 팀에선 장민재 정우람이 커맨드가 되는 투수"라며 "장민재의 포크볼은 사실상 모든 타자들이 알고 있지만, 몇 년째 제대로 치지 못하고 있다. 구속은 느리지만, 자기가 원하는 타이밍에 가진 구종을 스트라이크존 구석에 찔러 넣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평했다. 그러면서 "이런 유형의 투수들은 스트라이크존이 좁아지면 살아남기 힘들다. 장민재도 어제 한가운데로 공이 몰리니 여지 없이 홈런을 내주지 않았나"라며 "(스트라이크존 확대가 된) 시대의 덕을 어느 정도 보는 것"이라고 했다.
아무리 빠른 공을 던져도 원하는대로 던지지 못한다면 소용이 없다. 한화 영건과 베테랑의 모습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대전=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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