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년간 야구는 못해도 공격력은 괜찮았다. 2018년부터 지난 해까지 '가을야구' 근처에도 못갔지만, 4시즌 동안 팀 타율 4위 이상을 했다. 2021년엔 1위까지 했다. 5년간 팀 타율 2할7푼2리. 이 기간 두산 베어스(2할8푼1리)에 이어 2위다. 압도적인 파워를 보유하지 못했으나 매년 팀 홈런 5~6위를 유지했다. 득점으로 연결하는 능력과는 별개로 공격지표는 중상위권이었다. '이대호의 팀'에서 올 시즌 환골탈태한 롯데 자이언츠 이야기다.
올 시즌, 선두 경쟁중인 팀 성적에 비해, 공격지표가 눈에 띄는 건 아니다.
27일 현재 팀 타율 2할5푼9리. SSG 랜더스(2할5푼6리)와 비슷하고 1위 LG 트윈스(2할9푼1리)와 차이가 크게 난다. 팀 홈런 16개, 10개팀 중 꼴찌다. 이 부문 '톱' SSG보다 무려 24개가 적다. 팀 장타율은 3할5푼2리로 6위다. 팀 OPS(출루율+장타율) 또한 6위(6할8푼6리)로 처져있다. LG, SSG. NC 다이노스는 7할대다.
그런데 롯데 야구, 짜릿하고 재미있다. 분명히 화려함과 거리가 있는데, 극적인 스토리가 있고, 피를 끊게 하는 매력이 있다.
27일 고척돔에서 열린 히어로즈전. 상대 선발투수 최원태에 눌려 6회까지 3안타 무득점에 그쳤다. 득점 찬스를 만들기도 어려웠다. 최원태의 공이 워낙 좋았다. 그런데 7회 히어로즈 불펜 에이스 김재웅이 등판하자 무섭게 바뀌었다.
1사후 6번 노진혁, 7번 한동희, 8번 유강남, 9번 안권수가 4안타를 몰아쳐 단숨에 흐름을 끌어왔다. 2타점 적시타를 때린 안권수는 2루 도루까지 성공시키며 상대 배터리와 내야진을 압박했다. 7회, 롯데 타선은 8안타를 집중시켜 6점을 뽑았다. 상대가 빈틈을 보이자 집요하게 파고들어 결과를 만들었다.
앞선 공격 때도 인상적인 장면이 있었다. 4회 선두타자 박승욱이 중전안타를 치고 나가 내야를
흔들었다. 2루 도루에 성공한 뒤 최원태의 폭투 때 3루까지 나갔다. 후속타 불발로 득점으로 연결하지 못했지만, 계속해서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박승욱은 6회 1사후 볼넷으로 나가 또 2루를 훔쳤다.
26일 경기도 비슷했다. 상대 선발투수 아리엘 후라도의 호투에 눌려 4회까지 2안타 무득점
으로 막혔다. 경기 후반에 어렵게 만든 기회를 확실하게 살렸다. 5회 선두타자 6번 노진혁이 좌중 2루타를 때렸다. 희생번트로 착실하게 기회를 이었다. 2사 3루에서 박승욱이 1타점 적시타를 쳤다. 2대0 승리를 만든 결승타였다.
7회에는 1사후 7번 한동희, 8번 유강남이 연속 안타를 쳐 추가점을 냈다.
득점권에 주자를 두고 2할9푼1리. 팀 타율보다 득점권 타율이 높다. LG(3할)에 이어 2위고, 대타 타율은 2할8푼1리로 전체 1위다. 탄탄한 하위타선이 찬스를 만들뿐만 아니라 해결까지 해준다.
27일 선발출전한 타자 9명 중 4명이 올해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은 선수들이다. '고졸루키'로 1번으로 나선 김민석부터, 외부 FA(자유계약선수)로 영입한 노진혁 유강남, 두산에서 방출돼 롯데에서 새출발한 안권수까지 이력이 다양한 선수들이 맹수처럼 상대를 공략한다. 매 타석 한방을 때리는 건 어렵지만 기대감을 갖게 한다.
매년 하위권을 맴돌면서 팽배했던 패배감이 사라졌다. 공수에서 활력이 넘친다. 이대호를 중심에 두고 그에게 의존했던 이전과는 다르다.
안권수는 27일 경기 후 인터뷰에서 "팔꿈치가 좋지 않은데 내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계속 고민했다. 스윙을 간결하게 하면서 팀 배팅과 수비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어떤 상황에 있든지 팀이 필요한 야구를 하겠다"고 했다.
롯데 야구에는 혼이 담겨 있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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