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대기록을 이뤄낸 홀가분함이 너무 컸을까. KIA 타이거즈 양현종이 뜻밖의 역대급 난타에 직면했다.
KBO 통산 다승 2위(162승)라는 기록은 양현종의 위대한 안정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대투수'라는 별명이 이만큼 잘 어울리는 투수도 없다.
162승을 향한 걸음이 쉽진 않았다. KBO 통산 다승 공동 2위(161승, 정민철)에 오른 게 지난 5월 9일 SSG 랜더스전. 이후 정민철을 제치고 단독 2위에 오르기까진 3경기가 필요했다.
양현종은 5월 14일 두산 베어스전(5⅓이닝 4실점 2자책), 21일 키움 히어로즈전(7이닝 1실점)에서 잇따라 기록 달성에 실패했다. 김종국 KIA 감독은 "혹시라도 '나 때문에 대기록이 안되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을 안할 수 없다. 우리 팀 투수가 노히트노런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보라. 수비수나 포수의 기분이 어떻겠나. 오늘 해야되는데 못하면 다음 경기까지 부담되기 마련"이라며 선수들이 느꼈을 부담감을 대신 전했다.
양현종은 2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리는 롯데 자이언츠전에 선발등판했다. '이정표'을 이뤄낸 이상, 양현종 본인은 물론 동료들의 부담감도 한결 덜해졌을 거란 기대가 있었다. 김 감독도 "이젠 좀 편해졌을 것"이라고 했다.
사령탑 입장에선 외국인 투수 메디나와 앤더슨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 쉽지 않은 흐름에도 올시즌 8경기에 선발등판, 51이닝을 소화하며 3승1패 평균자책점 2.29로 순항해온 양현종이 고마울 수밖에 없다. 양현종을 제외한 나머지 두 국내파 선발인 이의리, 윤영철이 모두 어린 투수라는 점에서 양현종의 무게감은 더 크다.
하지만 이날은 뭔가 달랐다. 양현종은 1회말부터 롯데 타선에 상상을 초월하는 난타를 당하며 무너졌다.
리드오프 황성빈의 초구 중전안타가 시작이었다. 윤동희의 좌전안타 때 황성빈은 3루까지 내달렸다. 이어 전준우의 우중간 적시타로 롯데는 손쉽게 선취점을 뽑았다.
포수 한승택이 마운드에 올라 양현종과 대화를 나눴지만, 연타가 이어졌다. 안치홍의 1루 쪽 직선타성 타구가 KIA 김석환의 글러브에 맞고 뒤로 빠지는 안타가 됐다. 정 훈의 깔끔한 희생번트로 1사 2,3루가 이어졌고, 한동희의 볼넷과 김민석의 적시타로 롯데가 3-0 리드를 잡았다.
다음 타자는 이학주. 이학주는 양현종의 4구째 118㎞ 커브를 통타, 오른쪽 담장을 넘기는 만루포를 터뜨리며 사직구장을 열광의 도가니로 만들었다.
부산=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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