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사직구장은 원정팬이 기를 펴기 힘든 곳으로 유명하다. '마!'로 대표되는 부산 갈매기들의 분위기에 압도당하기 때문이다.
KIA 타이거즈는 달랐다. 주말 3연전 내내 롯데 자이언츠 팬들과의 응원전에서 결코 밀리지 않았다. 뜨겁게 달아오른 부산 하늘 아래 노란색 응원도구와 양현종 이의리 박찬호 김도영 등의 이름이 새겨진 KIA 유니폼이 찬란하게 빛났다.
그 마음이 더그아웃에도 닿았다. KIA는 4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시즌 8차전에서 6대0으로 완승, 전날 끝내기 패배의 아쉬움을 달랬다. 사직 3연패를 끊어내는 한편 한주의 마지막을 승리로 장식, 다음 주를 향한 터닝포인트도 마련했다.
KIA 팬들에게 마음 편한 시리즈는 아니었다. 첫 경기에서 '대투수' 양현종이 크게 무너졌다. 2007년 데뷔 이래 1경기 최다 실점(9실점)의 난타를 당했다. 전날 2차전에서는 4시간 14분의 혈투 끝에 롯데 노진혁에게 끝내기 안타를 얻어맞았다.
이틀간의 설움을 날려보낸 기분좋은 승리였다. 선발 이의리가 5이닝 무실점 8K로 쾌투했고, 임기영이 확실하게 승리를 책임졌다.
시작은 불안함이 가득했다. 선발 이의리가 최고 153㎞의 강렬한 직구를 앞세워 큰 위기 없이 호투한 반면, KIA는 3~5회 연속으로 스코어링 포지션에 주자를 보내고도 점수와 연결짓지 못했다. 4회에는 전날에 이어 또다시 외야에서 수비 실수가 나와 위기를 자초했다.
하지만 이의리가 4회 아웃카운트 3개를 모조리 삼진으로 잡아내며 분위기를 바꿨다. 타선도 힘을 냈다. 5월의 반등 모멘텀을 이대로 놓칠 순 없었다.
6회초에만 무려 6득점, 빅이닝을 연출하며 승부를 결정지었다. 답답했던 공격의 매듭을 풀어낸 선수는 역시 '테스형' 소크라테스였다.
선두타자 고종욱이 중견수 키를 넘기는 2루타로 출루했고, 소크라테스의 적시타로 선취점을 뽑았다.
롯데 벤치는 선발 한현희 대신 김진욱을 투입하며 빠른 진화를 꾀했다. 하지만 달아오른 KIA 타선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KIA는 최형우의 적시타로 김진욱을 끌어내렸다. 이어 이우성 김규성 류지혁까지, 롯데 불펜을 상대로 6회 한이닝 동안 8안타 6득점을 집중시켰다.
KIA 벤치도 발빠르게 움직였다. 필승조 임기영을 6회 조기투입, 한번 잡은 승기를 놓치지 않았다. 임기영은 8회까지 무려 3이닝을 책임지며 확실하게 롯데 타선을 틀어막았다.
이번 부산 3연전은 도합 6만5000명이 넘는 팬들이 현장을 찾아 제철을 맞이한 야구를 만끽했다. 양현종 유니폼 차림으로 사직을 찾은 이진우씨(39)는 "롯데팬인 아는형님 부부와 함께 왔다. 매년 서로의 홈경기를 찾는 사이"라며 "사실 지난 이틀간 좀 마음이 답답했는데, 오늘은 타자들이 잘 쳐서 기분좋다. 편안하게 봤다"고 했다. 여대생 이현주씨(21)는 "오늘 이의리가 너무 잘 던져서 고맙다. 속이 확 풀렸다"면서 "요즘은 윤영철이 가장 좋다. 웃는 얼굴이 예쁘다"며 웃었다.
KIA는 올해 홈 매진은 없지만, 가는 곳마다 원정팬 몰이로 흥행 대박을 이끌고 있다. 지난 4월 SSG 랜더스와의 인천, LG 트윈스와의 자밋 ㄹ경기에서 매진 사례를 연출했고, 이번 사직 시리즈에서도 뜨거운 응원을 뽐냈다.
부산=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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