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허세 부릴만 하다 생각이 들더라고요(웃음)."
SSG 랜더스 김원형 감독은 지난해 타자 전향 과정에서 하재훈(33)을 이렇게 회상했다.
미국 진출 후 일본 독립리그를 거쳐 2019년 SK 와이번스(현 SSG 유니폼)에 입단한 하재훈은 그해 34세이브로 구원왕에 올랐다. 그러나 이후 어깨 부상으로 이렇다 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고, 지난해부터 타자로 새출발 했다. 김 감독은 "고교 시절 포수로 미국으로 건너갔다가 마이너리그에서 외야수로 전향하고, 일본 독립리그에서 투수로 뛰었다. 결국 출발점으로 돌아간 셈"이라고 미소 지었다.
부상과 부진 속에서도 하재훈은 유쾌함을 잃지 않았다. 김 감독은 "한번은 하재훈이 일본 프로야구(NPB) 야쿠르트 스왈로스 시절 타격 영상을 보여주더라. 농담조로 '내가 이 정도의 선수다. 탄력 넘치는 미국 선수도 밀어냈다'고 타자를 시켜달라 하더라"며 "올스타 브레이크 때 '방망이 한번 쳐보라'고 했는데 타구 힘이 정말 좋았다. 속으로 '허세 부릴 만하다' 생각이 들더라. 힘만 놓고 보면 현역 시절 박재홍 해설위원 같은 느낌도 들더라. 내가 볼때 힘은 타고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깨 상태가 워낙 안 좋았으니 그때 그 상황에선 타자의 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만큼 의지가 있었고, 훈련도 열심히 했다"며 "지난 시즌을 마친 뒤 본인의 요청으로 질롱코리아에 다녀온 뒤 자신감이 붙었고, 캠프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부상으로 주춤했지만 생각보다 빨리 회복해 대단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팀의 우타자 고민을 어느 정도 지워줬다"고 칭찬했다.
6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하재훈은 노력의 결실을 다시 한 번 증명했다.
첫 타석이었던 1회초 1사 만루에서 윤영철이 뿌린 바깥쪽 코스 공에 배트를 내밀었다. 힘이 없었다면 인필드 플라이가 될 만한 장면이었지만, 파워를 앞세워 외야까지 타구를 보냈다. KIA 중견수 소크라테스 브리토가 글러브를 내밀었지만, 공은 그라운드에 맞은 뒤 소크라테스의 글러브로 들어갔다. 행운의 2타점 2루타.
타점보다 의미 있었던 장면은 SSG가 2-1 간발의 리드를 이어가던 8회말 나왔다. 2사 1루에서 KIA 최형우가 SSG 고효준을 상대로 만들어낸 우중간 2루타성 타구를 끝까지 쫓아가 글러브를 내밀었고, 기어이 다이빙캐치로 잡아냈다. 이 수비로 리드를 지킨 SSG는 9회말 마무리 투수 서진용이 리드를 지키면서 1점차 승리를 완성할 수 있었다.
결승타에 동점을 막는 수비까지, 하재훈이 북 치고 장구친 날이었다.
광주=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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