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스포츠조선 김진회 기자] '갓기동' 김기동 포항 스틸러스 감독은 지난달 24일 성남과의 FA컵 16강전에서 이호재(23)가 멀티골을 쏘아올리며 팀을 8강으로 이끌자 의미심장한 말을 꺼냈다. "이젠 제카가 긴장해야 할 것 같다."
김 감독의 예상을 이호재가 현실로 만들었다. 이호재는 지난 6일 포항스틸야드에서 열린 제주와의 2023년 하나원큐 K리그1 17라운드 홈 경기에 선발 출전, 0-0으로 팽팽히 맞선 전반 20분 선제골을 터뜨렸다. 지난 3일 광주전에 이어 두 경기 연속골. 중원에서 완델손이 문전으로 연결한 롱패스를 상대 수비수의 머리에 맞고 공중으로 볼이 뜨자 쇄도하며 침착하게 오른발 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2001년 포항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한 이호재는 현역시절 레전드였던 아버지 이기형(현 성남 감독)의 아들이란 점 때문에 '축구인 2세'로 유명세를 탔다. 다만 팀 내 위치는 '조커'였다. 후반 중반에 교체투입돼 공격 패턴을 단순하게 가져갈 때 활용됐다. 2년 전 일류첸코가 떠난 뒤 타깃형 스트라이커 부재로 인해 이호재가 주목받을 수 있었지만, 경험이 부족했다. 그래도 올 시즌 개막전에는 교체투입돼 멀티골을 터뜨리며 팀 승리를 이끌면서 많이 발전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지난 시즌 대구FC에서 뛰던 제카가 영입되면서 조커 역할을 벗어나기 힘들었다. 제카는 전형적인 타깃형은 아니지만, 큰 키에 준수한 공격포인트로 김 감독의 답답함을 풀어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컸다. 4-2-3-1 포메이션을 주로 사용하는 김 감독의 마음 속 원톱 첫 번째 옵션은 '제카'였다.
하지만 이호재가 김 감독의 고정관념을 완전히 부서버리고 있다. 제카는 이번 시즌 도움 5개를 기록할 정도로 연계에 탁월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최전방에서 상대 수비수와의 몸싸움을 버텨주고 공중볼을 장악해줄 수 있는 능력이 떨어지다보니 포항은 이호재가 들어가기 전까지 포스트 플레이를 활용하기 어려웠다. 급기야 부상자도 많아졌고, 선수들의 체력을 위해 로테이션이 필요해지자 김 감독은 제카 대신 이호재에게 기회를 부여했다. 그런데 이호재는 기다렸다는듯이 그 기회를 낚아채고 있는 모습이다.
이호재는 제주전에서 올 시즌 세 번째 선발 출전 기회를 받았다. 타깃형 외국인 공격수 못지 않았다. 1m92의 큰 키를 활용해 공중볼 싸움에서 밀리지 않았다. 여기에 활동량과 스피드는 외인 공격수들보다 더 나았다. 게다가 득점 기회가 났을 때 해결까지 해주니 김 감독이 이호재를 바라보는 눈빛이 달라졌다.
김 감독은 "호재가 1라운드부터 골도 많이 넣었었고, 제공권과 스크린 플레이에서 만족할 수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어느 날 '제카가 긴장해야 할 것'이라고 얘기했었는데 이젠 내 머릿속에 제카가 무조건 1순위라는 건 없다. 호재를 1옵션으로 쓸 수 있는 자신감을 얻은 것 같다"며 환하게 웃었다.
까다로운 김 감독에게 실력으로 믿음을 심은 이호재가 더 큰 날개를 펼치기 위해선 연계 능력을 향상시켜야 한다. 제주전에서 1-1로 팽팽히 맞선 후반 추가시간 결승골을 폭발시킨 박승욱은 "지금 호재는 내가 2년 전 포항에 왔을 때의 호재가 아니다. 많이 성장했다. 다만 연계적인 면만 향상시킨다면 최고의 스트라이커가 될 것 같다"고 조언했다. 포항=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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