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7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KIA 타이거즈를 9대8로 제압한 SSG 랜더스.
그라운드로 집결한 선수들이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벤치의 동료들과 다시 하이파이브를 나누는 순간, TV 중계 카메라엔 벤치 앞에서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폭발한 김원형 감독의 모습이 포착됐다. 조원우 수석코치가 말리는 가운데도 김 감독은 격정을 토로했는데, 곁에서 지켜보던 김민재 주루-작전 코치는 웃음을 지어 보였다.
경기가 끝나는 과정을 보면 김 감독의 심경은 어느 정도 이해가 될 만했다. 9-7로 앞서던 9회말 SSG는 마무리 투수 서진용이 마운드에 올랐다. 하지만 서진용은 볼넷-안타-볼넷으로 무사 만루 위기를 자초했고, 결국 실점하면서 1점차 추격을 허용했다. 이우성까지 사구로 내보내면서 만들어진 1사 만루 상황에서 서진용이 삼진-땅볼로 아웃카운트 두 개를 채우면서 1점차 리드 및 승리는 지켰지만, 지켜보는 김 감독 입장에선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심정이었다고 할 만했다. 이날 2년 연속 20세이브를 달성한 서진용도 경기 후 세이브와 승리에 대한 기쁨에 앞서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을 정도.
이튿날인 8일 광주 KIA전을 앞두고 김 감독이 밝힌 이유는 좀 다른 방향이었다.
김 감독은 "(고)효준이가 올라갈 때부터 이미 화가 났다(웃음)"고 운을 뗀 뒤 "볼카운트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해도 볼넷보다는 안타를 맞아도 되니 승부를 들어가야 한다고 누누이 이야기 했다. 그런데 볼넷을 내주는 과정이나 상황을 보면서 그렇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카메라가 언제 나를 비출 줄은 모르지만, 안 좋은 상황에서 비추는 건 안다. 그래서 매번 '포커페이스를 하자'라고 생각은 하는데 어제 상황이 그렇게 됐다"며 "정상호 배터리 코치에게 '스트라이크를 못 넣는데 (포수가) 공을 떨어뜨리라는 제스쳐 좀 하지 말라. 볼 던지라 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아마 (역전되는 등) 문제가 생겼다면 그대로 (더그아웃 뒤로) 들어갔을텐데, 이겼으니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한 것"이라고 머쓱한 미소를 지었다. 마냥 서진용의 '극장 세이브'만 염두에 둔 격정토로는 아니었다는 것.
김 감독은 "(서)진용이가 주자를 쌓을 때 경기 중 코치들에게 '너무 많이 봐서 긴장도 안된다' 이야기도 했다. 어제 느낌은 '(아홉수에 걸린) 그날인가 보다'라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걸 이겨냈다"며 "진용이가 수많은 상황을 잘 이겨냈기에 우리 팀이 안 무너지고 이렇게 버티고 있는 것"이라고 칭찬했다.
김 감독은 6~7일 이틀 연속 등판한 서진용과 베테랑 불펜 고효준(40) 노경은(39)에게 하루 휴식을 줬다. 그는 "오늘은 얼굴을 보고 싶지 않아 훈련만 마치고 빨리 이동하라 했다"고 농을 쳤다.
광주=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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