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18일 충북 음성의 레인보우힐스CC.
'내셔널 챔피언'이 가려지는 이날, 한낱 최고 기온은 30도를 훌쩍 넘겼다. 때이른 폭염주의보가 발령된 가운데 DB그룹 제37회 한국여자오픈 최종라운드에 나선 선수들은 말그대로 체력과의 싸움을 펼친 날이었다.
이런 가운데 대회장 한켠 그린에선 한 선수가 오전부터 웨지 클럽 하나와 공 박스를 든 채 쉴새 없이 연습을 하고 있었다. 자외선 차단용 두건으로 얼굴을 가리고 훈련복 차림으로 오전 내내 그린 주변 30~40m 거리 칩샷 연습을 하던 이 선수는 오후엔 그린 주변 벙커를 돌면서 벙커샷 연마에 공을 들였다.
주인공은 이 대회에서 1타차로 컷 탈락한 정지민2(27). 1라운드에서 버디 2개, 보기 2개를 기록하며 이븐파로 출발했던 정지민2는 2라운드에서 버디 3개를 잡았으나 보기 3개와 더블보기 2개로 4오버파 76타에 그쳤다.
컷탈락 선수들은 대부분 휴식과 재정비를 이유로 2라운드를 마친 뒤 귀가하는 게 일반적. 하지만 정지민2는 귀가 대신 대회장에 남아 연습을 더 하는 쪽을 택했다. 연습 중 만난 정지민2는 "울산이 집인데 다음 주 대회가 경기도 포천(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에서 열리기도 하고, (3~4라운드 기간 중) 연습을 원한다면 가능하다 해서 남았다"며 "샷 연습 같은 경우엔 어디서든 할 수 있지만, 이렇게 대회 세팅으로 짧은 거리 샷 연습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경우가 흔치 않다"고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정지민2는 2라운드 15번홀(파4)에서의 기억을 끄집어냈다. 홀컵까지 122m 남은 거리에서 시도한 두 번째 샷이 그린 주변 벙커에 떨어졌고, 세 번째 샷으로 아웃을 시도했으나 그린 안착에 실패했다. 네 번째 샷으로 온그린 했으나 두 번의 퍼트 끝에 더블 보기로 홀 아웃했다.
정지민2는 "아마추어들이 파놓은 약간 동그란 디봇 안에 들어간 공을 쳤는데, 그게 벙커 옆에 박혔다. 빼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고, 결국 (네 번째 샷으로) 꺼내긴 했으나 더블 보기로 마무리가 됐다"며 "다음 홀에서 버디로 마무리했지만, 결국 1타차로 컷 탈락했다"고 담담하게 돌아봤다. 그는 "평범한 상황이라면 없었을 일이기도 하지만, 그런 장면에서도 내 실력이 나오는 것 아니겠나"라며 "6번의 샷 중 한 번만 내가 리커버리할 실력이 됐다면 아마 오늘(최종 라운드)도 경기를 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냉정하게 돌아봤다. 그러면서 "이번 대회는 예년에 비해 코스 난이도가 높진 않았다. 예년엔 러프 쪽으로 치면 '큰일났다'라는 생각이 컸는데 올해는 그런 장면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스코어가 잘 나올테니 (타수를) 줄여야겠다'라고 생각하니 실수가 있었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어느덧 프로생활 9년차. 아직 KLPGA(한국여자프로골프) 정규 투어 우승과 연을 맺지 못한 정지민2에게 이날 연습은 미래를 위한 투자이자 첫승을 향한 자신과의 다짐이기도 했다. 정지민2는 이날 연습 성과를 두고 "당장 되겠나"라고 웃으면서도 "당장 되길 바라는 건 욕심이고, 언젠간 나올 것"이라고 미소지었다.
음성=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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