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독일)=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발달장애인들의 스포츠 대축제 '2023년 스페셜올림픽 세계 하계대회' 취재차 베를린을 찾은 기자는 '마라톤 영웅' 손기정 선생의 동상이 있는 베를린 올림피아 슈타디온을 찾았다. 경기장에서 아이스링크로 가는 길 왼쪽을 보면 작은 공원 같은 곳이 있고 그곳에 동상이 서 있다.
손기정 선생은 지금으로부터 87년 전, 일제 치하인 1936년 베를린올림픽 마라톤에서 한국인 최초로 금메달을 땄다. 손기정기념재단이 2016년에 제작한 동상에는 일장기 대신 당시 배번 382번이 큼지막하게 새겨져 있다. 왼쪽 가슴엔 태극기를 새롭게 새겼다. 그래서인지 손기정 선생의 표정에선 자긍심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이용훈 스페셜올림픽코리아(SOK) 회장은 "이번 스페셜올림픽이 베를린에서 열렸다는 게 참 우연, 공간적인 우연이다. 그러한 우연의 당사자가 우리가 됐을 때, 손기정이라는 이름이 떠오를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이용훈 회장을 비롯한 SOK 직원, 발달장애인 선수단은 17일부터 26일까지 열린 대회 기간 중 손기정 동상을 찾았다. 이 회장은 "마라톤은 어렵고 힘들더라도 굴하지 않고 나아가야 하는 종목이다. 손기정 선생이 포기하지 않은 정신은 스페셜올림픽의 정신과도 일치하는 부분이 상당히 크다. 스페셜올림픽의 취지는 발달장애인들이 스포츠를 통해 사회로 진출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3월 답사차 베를린을 찾은 이 회장은 먼지와 거미줄, 새똥으로 얼룩진 손기정 동상의 모습을 보며 안타까움을 느꼈다고 했다. 이 회장과 일부 직원들은 대회 막바지인 25일 수건으로 손기정 동상을 구석구석 닦았다. 이 회장은 "다른 목적으로 왔지만, 이대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동상을 가꾸는 게 우리가 응당해야 할 역할이다. 동상이 이렇게 늘 깨끗한 상태로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동상을 향해 "다음에 또 오겠습니다"라고 말한 이 회장은 헌화했다.
베를린(독일)=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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