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6593일, 한화 이글스가 8연승이라는 결과를 만들기 위해 보낸 시간이다.
지난 18년은 비통함의 눈물에 젖어 있다. 매년 반등을 외치며 내로라 하는 명장을 모셔와 체질 개선을 시도했음에도 가을의 꿈을 이루기까지 11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2번의 3년 연속 최하위(2012~2014년, 2020~2022년)라는 멍에는 덤이었다. 2018년 반짝 가을야구 뒤 이어진 성과는 9위-10위-10위-10위. 한때 KBO리그를 벌벌 떨게 했던 '다이너마이트 타선'과 한국 야구사를 장식한 레전드의 산실인 이글스의 찬란한 명성은 오간데 없고, '꼴찌'라는 온갖 조롱과 수모를 견뎌야 하는 날의 연속이었다.
2020년 18연패 아픔 속에 또 꼴찌로 시즌을 마무리한 한화는 이듬해 '리빌딩'을 전면에 들고 나왔다. 창단 후 처음으로 외국인 사령탑에 지휘봉을 맡겼고, '사단'도 모셔왔다. '실패할 자유'를 전면에 내걸고 리빌딩의 고단한 길을 온몸으로 헤쳐 나가겠다는 선언을 할 때 주변의 반응은 심드렁했다. 최악의 뎁스 속에 리빌딩의 결과를 내기보다 '승리 자판기'가 될 것이란 시선이 대다수였다. 2021시즌 최종 성적 49승12무83패로 2020시즌(46승3무95패)보다는 패배 숫자를 줄였지만, 코로나19로 인한 무승부 제도를 걷어내면 사실 3승을 추가하는데 그친 시즌이었다.
첫 리빌딩 시즌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화는 '우리의 시간'을 강조하며 스탭업을 노렸다. 그러나 여전히 주변의 시선은 달라진 게 없었다. 여전히 어린 선수들의 기량은 알을 깨지 못했고, 중심을 잡아줄 만한 선수도 보이지 않았다. '괴물신인' 문동주가 합류했지만, 부상 변수를 걷어낸 뒤에도 1군의 벽을 실감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144경기 46승2무96패, 더 초라한 성적으로 리빌딩 2기를 마치자 또 다시 '회의론'이 고개를 들었다.
새 단장 체제로 개편된 올 시즌, 4월 한 달간 24경기서 거둔 승수는 고작 6승(1무17패)에 불과했다. 5월 초반 6승2패로 상승세를 타던 시점, 돌연 한화는 감독 교체를 단행했다. 조금씩 반등 실마리를 잡던 시점에서 이뤄진 이 조치에 안팎은 크게 동요했다. 한화가 이후 5월 남은 15경기에서 5승2무8패에 그치자, 승부수는 여느 때처럼 '악수'로 점철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한화는 5월(11승2무10패, 0.524)에 이어 6월에도 13승1무10패(0.565)로 두 달 연속 5할 승률을 기록하며 달라진 면모를 드러냈다. 최근 대구 삼성 원정에서 2연승으로 위닝 시리즈를 예약하면서 6593일만의 8연승 결실을 만들었다.
지난 8연승은 고단한 리빌딩 과정에서 켜켜이 쌓인 성과들이 집약돼 있다. 내야 코어 자원으로 중용된 정은원 노시환이 중심축을 이룬 가운데, 리빌딩 기간 부진한 성적 속에서도 꾸준히 기회를 얻은 이도윤 김인환 김태연, 트레이드로 데려온 이진영도 잠재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신인으로 데뷔 시즌부터 1군 출전 기회를 얻은 문현빈, 데뷔 시즌 1군과 퓨처스 육성 프로그램을 오가면서 성장한 문동주도 선발 로테이션을 채웠다. 여기에 FA 채은성과 대체 외인으로 합류한 산체스 윌리엄스가 투타 중심으로 거듭나면서 화룡점정 했다. 적어도 한화가 지난 2년 간 애처로울 정도로 우직하게 밀어붙였던 리빌딩의 시간이 헛되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모습들이다.
지금의 한화는 어떤 팀과 붙어도 질 것 같지 않은 모습이다. 긴 시즌 파도와 같은 흐름이 언제 출렁일진 모르기에 지금의 한화가 보여주고 있는 기세가 언젠간 꺾일 수도 있다. 다만 지금의 모습은 한화가 고단한 리빌딩을 거쳐 드디어 이기는 법을 깨달았다는 점을 증명하기엔 충분해 보인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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