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구단들은 거액의 장기계약이 '리스크'가 크다는 걸 잘 알면서도 톱클래스 FA가 풍기는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다. 계약 직후 혹은 몇 년 뒤 해당 선수가 부상자 명단(IL)에서 발견되는 건 1976년 FA 제도 도입 이래 일상의 풍경이 됐다.
지난 겨울 FA 시장은 역대 최대 규모의 계약 기록을 세웠다. FA 171명에 총 37억4100만달러의 계약이 성사됐다. 총액 1억달러 이상 계약은 9건이었다. 그런데 이들 9명 모두 올시즌 부상과 부진에 신음하고 있다. 9명 중 IL에 올라있거나 올랐던 선수가 5명이다.
대표적인 선수가 뉴욕 양키스 홈런왕 애런 저지(9년 3억6000만달러)다. 그는 지난 6월 4일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LA 다저스전에서 8회말 JD 마르티네스의 까다로운 플라이를 잡은 뒤 펜스에 부딪혀 넘어지면서 오른쪽 엄지발가락을 다쳤다. 열흘이면 될 줄 알았는데, 정밀검진 결과 인대가 파열됐다는 진단을 받았다. 치료와 휴식을 병행해 오던 저지는 최근 캐치볼을 시작했다. 빨라야 8월 초 복귀다.
저지는 부상 전 49경기에 출전해 타율 0.291, 19홈런, 40타점, OPS 1.078을 기록하며 절정의 컨디션을 과시 중이었다. 저지가 빠진 뒤 양키스는 14승17패로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텍사스 레인저스가 에이스로 모셔온 제이콥 디그롬(5년 1억8500만달러)은 아예 시즌을 접었다. 디그롬은 올시즌 개막전에 등판해 3⅔이닝 6안타 5실점으로 부진을 보이며 우려를 샀다. 이후 안정을 찾고 평균자책점을 2점대까지 낮추며 호투했지만, 4월 29일 양키스전에서 4회 투구 도중 팔꿈치 통증을 호소하며 자진 강판했고, 결국 이튿날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6경기에서 2승, 평균자책점 2.67, 45탈삼진을 기록했다.
디그롬은 지난 6월 12일 토미존 서저리를 받았다. 그는 수술 뒤 "수술은 잘됐다. 재활에 필요한 모든 것들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내년 8월 복귀하겠다"고 밝혔다. 이전 소속팀 뉴욕 메츠는 이를 예상했었는지 지난 겨울 디그롬과의 재계약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하지만 메츠는 마무리 에드윈 디아즈(5년 1억200만달러)를 잃었다. 불펜투수로는 역대 최고액에 재계약했지만, 시즌을 시작하기도 전에 IL에 등재됐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다쳤다. 푸에르토리코 대표로 출전한 디아즈는 도미니카공확국을 꺾고 8강행을 확정지은 뒤 세리머니 도중 오른쪽 무릎 건이 파열되는 중부상을 입었다.
대신 메츠는 외야수 브랜든 니모(8년 1억6200만달러)와 재계약한 걸 만족스럽게 생각한다. 니모는 전반기 88경기에 출전해 타율 0.266(342타수 91안타), 13홈런, 41타점, OPS 0.807을 기록 중이다. 하지만 월간 타율이 0.330→0.267→0.255→0.100으로 하락하고 있어 후반기 걱정이 앞선다.
양키스는 저지 말고도 좌완 에이스감으로 영입한 카를로스 로돈(6년 1억6200만달러) 때문에 전반기 내내 애를 태웠다. 그는 스프링트레이닝 막판 왼쪽 팔을 다쳤다. 돌아올 것이라는 소식만 나왔지 실제 돌아오지 않고 있다가 3차례 마이너리그 재활등판을 거쳐 지난 8일 겨우 복귀해 시카고 컵스전서 5⅓이닝 4안타 2실점으로 패전을 안았다. 비교적 호투했기 때문에 양키스는 후반기를 기대하고 있다.
시카고 컵스 유격수 댄스비 스완슨(7년 1억7700만달러)은 비교적 건강하게 전반기를 보내다 지난 7일 왼발 뒷꿈치 타박상으로 IL에 올랐다. 83경기에서 타율 0.258(325타수 84안타), 10홈런, 36타점, OPS 0.753을 마크 중이다.
지난 겨울 이적을 추진하다 과거 발목 부상 때문에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메츠와의 대형 계약이 불발돼 결국 미네소타 트윈스에 잔류한 카를로스 코레아(6년 2억달러)는 전반기 내내 침묵 모드였다. 80경기에 출전해 타율 0.225(307타수 69안타), 11홈런, 38타점, OPS 0.700으로 부진했다. IL에 오르지 않았을 뿐이지 이런저런 부상으로 11경기에 결장했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잰더 보가츠(11년 2억8000만달러) 역시 큰 부상은 없었지만, 타율 0.253(316타수 80안타), 10홈런, 35타점, OPS 0.731로 기대치를 밑돌았다. 특히 7월 들어서 타율 0.200으로 다시 부진에 빠지며 후반기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토록 바라던 동부지구로 옮긴 필라델피아 필리스 트레이 터너(11년 3억달러)도 마찬가지. 별다른 부상은 없었지만, 88경기에서 타율 0.247(368타수 91안타), 10홈런, 32타점, OPS 0.687에 그쳤다. OPS+ 88, bWAR 1.1도 몸값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수치다.
그래도 FA 시장이 매년 과열 양상을 띠는 건 성공 확률이 어느 정도 있기 때문이다. 그건 성적이든 흥행이든 부인하기 어려운 사실이다.
FA 계약자 중 최근 성공 사례로 양키스 게릿 콜(9년 3억2400만달러), LA 다저스 프레디 프리먼(6년 1억6200만달러), 텍사스 레인저스 코리 시거(10년 3억2500만달러), 필라델피아 필리스 브라이스 하퍼(13년 3억3000만달러) 등을 꼽을 수 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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