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대전야구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전. 1번-우익수로 선발출전한 이진영(26)은 4타수 무안타로 후반기 첫 경기를 마쳤다. 현 시점에서 KBO리그 최고투수로 꼽히는 NC 선발투수 에릭 페디를 상대로 3타수 무안타 삼진 1개, 8회 네번째 타석에선 류진욱을 맞아 헛스윙 삼진을 당했다.
이진영은 경기가 끝나고 바로 귀가하지 않았다. 홈경기 종료 후 이어지는 야간특타에 참가해 배트를 돌렸다. 경기 출전이 불규칙하게 적은 백업들이 참가하는 배팅훈련이다. 이진영은 "경기가 끝나고 조금 더 운동하고 싶을 때, 타석에서 준비한 것이 잘 됐을 때 다음날 새로운 플랜을 짜려고 야간훈련을 한다. 힘들어도 1군에 있는 게 좋다"고 했다.
다음날인 22일 경기에서 이진영은 2루타를 포함해 3안타를 때리고 볼넷 1개를 골랐다. 첫 타석 내야 땅볼 후 4연속 출루했다. 타점, 득점을 각각 1개씩 기록했다. 첫 타석에서 범타로 물러난 뒤 더그아웃에서 타격영상을 돌려보고 타격코치와 이야기를 나눴다고 했다.
이진영은 "첫 타석이 아쉬웠다. 외야 관중석의 팬들이 '괜찮다'며 응원해 주셔서 힘이 났다"고 했다. 지난해 4월 KIA 타이거즈에서 이적한 이진영은 올 시즌 팬들의 사랑을 듬뿍받는 주력선수로 거듭났다.
이진영하면 연결되는 이미지가 있다. 풀스윙을 하는 파워히터. 정교한 타격과 거리가 있고 삼진이 많았다. 당연히 출루율도 떨어졌다. 지난해까지는 그랬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깜짝카드' 1번 이진영. 최원호 감독의 실험은 거짓말처럼 맞아떨어졌다. 이진영은 24일 현재 타율 2할5푼4리(169타수 43안타), 4홈런, 25타점, 33득점, POS(출루율+장타율) 0.757을 기록하고 있다. 노시환 채은성에 이어 팀 내 3위다.
"(정)은원이가 안 좋을 때 잠깐 1번을 맡는 줄 알았다. 최대한 득점권에 많이 나가는 게 목표다. 내 뒤에 있는 좋은 타자들에게 찬스를 만들어줘야 한다. 1번 타자에 맞는 역할을 하려고
한다. 이렇게 생각하면서 야구를 하니 더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 같다."
지난해 출루율 0.254. 올해 0.372를 기록중이다. 1할2푼 가까이 뛰어올랐다. 주축선수 중 최재훈 노시환 채은성에 이어 4위다.
이진영은 "지난 해와 가장 달라진 게 장타욕심을 안 내는 거다. 지난 시즌엔 장타를 치려고 힘이들어가고 나쁜 공에 배트가 나갈 때가 많았다. 출루에 목표를 두고 타격을 하다보니 공이 잘 보이고 변화구를 참을 수 있게 됐다"고 했다.
1번 타순이 이진영에게 새로운 야구의 길을 열어줬다.
지난 해 이진영은 타석에서 여유가 없었다. 매 경기 보여줘야한다는 압박이 있었다. 그래야 다음 날 출전 기회가 주어졌다. 장타를 노리게 됐고, 허점이 노출됐다. 지난 해 5월 뜨겁게 달아올랐다가 급하게 식었다.
"지난 시즌에는 못 치면 계속 타격폼에서 문제점을 찾았다. 다시 경기를 해야하는데 너무 깊게 생각하다보니 계속 안 좋았다. 요즘엔 오늘 안 좋으면 내일 더 잘 하자는 생각을 한다."
내일이 없던 지난 시즌과 달리 올해 이진영은 다음을 준비한다. 그는 "감독님이 믿고 내보내주시니까 더 잘 준비해서 나가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타순도 바뀌고 팀 분위기도 바뀌었다. 지난해 7월, 압도적인 꼴찌로 처진 한화는 의욕상실 분위기였다. 올해는 탈꼴찌를 넘어 중위권 도약까지 노려볼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이진영은 "타자들이 모두 이기기 위해 집중하고 있다. 초반에 점수를 내주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따라가보자, 끝까지 해보자는 생각으로 경기를 한다"고 했다.
그는 지난 해 실패를 다시 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1군에서 꾸준하게 출전할 수 있어 감사하다고 했다.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다고 했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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