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NC 다이노스 투수 김태현(25). 입단 당시만 해도 모두가 주목하던 '미완의 대기'였다.
2017 신인 드래프트 1차 지명으로 NC에 입단한 그는 고교 시절 경남권 최고의 좌완 투수로 이름을 떨쳤다. 일찌감치 미국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의 주목을 받을 정도. 2016년 대만 타이중에서 펼쳐진 제11회 아시아청소년야구대회에선 고우석(현 LG 트윈스) 이정후 김혜성(이상 현 키움 히어로즈) 강백호(현 KT 위즈) 등과 함께 태극마크를 달고 필리핀과의 예선라운드 첫 경기에서 4이닝 2안타 무4사구 5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펼쳐 콜드승의 발판을 만들기도 했다. 1m88의 당당한 체격에 기반한 공격적 투구는 보는 이들을 매료시킬 수밖에 없었다. 입단 계약금 3억원을 지불한 NC의 기대감도 그만큼 컸다.
입단 첫 해 퓨처스(2군)리그 15경기 64⅔이닝을 던져 4승4패, 평균자책점 7.38에 그친 김태현은 경찰 야구단에서 군복무를 택했다. 입대 첫해 마무리 투수로 변신해 퓨처스리그에서 13세이브를 올리며 가능성을 드러내기도 했고, 이후에도 좋은 활약으로 전역 후 NC 마운드에 힘을 보탤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기다림은 계속됐다. 퓨처스에서 좋은 투구를 펼쳐 1군 무대에 올라도 오래가지 못했다. 2020시즌 2경기 1⅓이닝, 2021시즌 6경기 5⅓이닝을 던지는 데 그쳤다. 지난해엔 단 한 번도 1군 콜업을 받지 못했고, 퓨처스 46경기 46이닝 4승4패7홀드, 평균자책점 7.24였다. 소위 '황금세대'로 불리던 청소년 야구 대표팀 시절과 1차 지명을 받은 그의 이름은 어느새 잊혀져 갔다.
지난 시즌을 마치고 호주 프로야구(ABL) 질롱코리아에서 불펜 투수로 활약하며 18경기 1승1패3홀드2세이브, 평균자책점 2.20으로 가능성을 이어간 김태현. 올해 뜻밖의 기회가 왔다. 마운드 줄부상에 시달리던 NC는 퓨처스에서 분주히 대체 자원을 찾았고, 김태현에게도 기회가 돌아왔다. 개막 후 잠시 1군에 모습을 드러냈다가 다시 퓨처스로 향했던 김태현은 5월 열흘 간 1군에서 등판 없이 동행만 한 뒤 다시 퓨처스로 향했으나, 지난 8일 다시 콜업됐다. 8일 삼성전에서 2이닝 무안타 무4사구 무실점 호투를 펼친 김태현은 이튿날에도 삼성 타선을 상대로 1이닝 1안타 1볼넷 2탈삼진 무실점으로 버티면서 1군 불펜 한 자리를 차지하는 데 성공했다.
25일 창원 KIA전. 김태현은 팀이 0-3으로 뒤지고 있던 7회초 팀 세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 선두 타자 최원준을 투수 땅볼로 잡았다. 김도영에게 볼넷을 내줬으나, KIA가 자랑하는 베테랑 나성범 최형우를 각각 뜬공 처리하며 임무를 마쳤다. 이어진 공격에서 NC 타선이 박건우의 밀어내기 볼넷과 제이슨 마틴의 만루포로 역전하면서 김태현은 생애 첫승 기회를 잡았다. 8회 류진욱, 9회 이용찬이 리드를 지키면서 김태현은 데뷔 7시즌 만이자 1군 첫 등판 후 1001일 만에 감격의 승리를 얻었다.
김태현은 "팀이 0-3으로 지고 있는 상황에서 올라갔는데, 역전을 위해 실점을 하지 않겠다는 생각 뿐이었다. 다행히 잘 막아 승리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이날 경기를 돌아봤다. 그는 "정말 하고 싶었던 데뷔 첫승이었다. 승리가 너무 늦어 팬들에게 죄송한 마음이 컸다"며 "오랜 시간 저의 승리를 응원해시고 기다려주신 팬들에게 감사하다. 오늘 승리를 발판으로 더 많은 승리를 하고, 더 열심히 해 팀에 보탬이 되는 선수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창원=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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