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오늘 아니면 내일인데, 기왕이면 오늘이면 좋겠다."
한 팀의 수장에겐 야구를 보는 눈 말고 느낌이란 것도 무시할 수 없다. KIA 타이거즈에만 27년째 몸담고 있는 김종국 감독이라면 더욱 그렇다.
KIA는 29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주말시리즈 2차전에서 4대1로 승리했다.
올시즌 '150억 거포' 나성범의 개막은 평소보다 많이 늦었다. 오랫동안 그를 괴롭혀온 종아리 근막파열 때문. 일본 이이지마 접골원까지 다녀오는 노력 끝에 가까스로 부상을 회복하고 6월 23일 광주 KT 위즈전을 통해 첫 출전했다.
그렇게 복귀한지 한달. 홈런 6개를 쏘아올리긴 했지만, 썩 만족스러운 성적을 거두진 못했다. 특히 7월 들어 타율 2할5푼9리(58타수 15안타)에 그치며 사령탑의 우려를 샀다. 전날 경기에서도 3타수 무안타 2볼넷을 기록했다.
반면 프리배팅에선 남다른 힘을 과시했다. 치는 족족 담장을 넘기는 경이로운 파워를 뽐냈다.
경기전 만난 김 감독은 "7월 들어 컨디션이 많이 내려갔다. 회복에 조금 애를 먹고 있다"며 아쉬워했다.
이어 "한번 감만 잡으면 레벨이 있는 선수니까 올라올 거다. 아마 오늘 아니면 내일쯤 회복하지 않을까 싶은데"라며 "홈런보다는 안타라든지, 장타성 타구(배럴)를 좀 날려줬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고 덧붙였다.
마치 예언 같은 한마디였다. 나성범은 KIA가 3-0으로 앞선 5회말, 롯데 4번째 투수 심재민의 3구째 몸쪽 낮은 141㎞ 직구를 그대로 걷어올려 오른쪽 담장을 넘겼다. 비거리 115m. 7월 9일 수원 KT전 이후 무려 19일만에 그려낸 아치다.
존보다 낮게 들어오는 직구였지만, 나성범의 힘에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기운차게 그라운드를 돈 나성범의 얼굴에는 기쁨이 가득했다.
이날 나성범은 4타수 3안타 2득점 1타점을 기록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김 감독을 흐뭇하게 웃게 한 150억 거포의 하루였다.
경기 후 만난 나성범은 "그동안 솔직히 컨디션이 나쁘진 않았다. 잘 맞은 타구가 정면으로 가는 경우가 많았다"며 멋쩍게 웃었다.
이어 "홈런 나올 거란 생각은 못했는데, 각팀 좌투수는 항상 만나니까 준비를 잘해놨다. 어제는 실패했의까 오늘은 만나면 꼭 치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좋은 타구가 나와서 기분좋다"고 설명했다.
스트라이크존보다도 낮은 심재민의 직구를 걷어올린 한방이었다. 나성범은 현장을 찾은 아들과 함께 포즈를 취하며 "스윙 자체가 원래 낮은 공을 걷어올리면서 좋은 타구가 많이 나오지 않나. 내 장점"이라며 "내일도 좋은 타구 한번 만들어보겠다"는 말과 함께 환하게 웃었다.
광주=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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