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지난달 30일, 서울월드컵경기장 앞 광장에 맨시티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대형 유니폼 앞에서 사진 촬영하는 한 남학생이 눈에 띄었다. 휠체어를 탄 조정혁군(16)은 직접 휠체어를 조종해 경기장을 배경으로 다양한 각도의 '직관 인증샷'을 남기기에 여념이 없었다.
자택이 있는 인천에서 서울 상암까지 무더위를 뚫고 왔다는 조군은 "사실 응원하는 팀은 리버풀이지만, 맨시티의 엘링 홀란이 뛴다는 얘기에 경기를 보러 왔다. 홀란이 로드리처럼 잘생긴 건 아니지만, 축구를 잘해서 좋아한다. 홀란과 마주하게 되면 사진을 찍어달라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군은 뇌성마비 장애를 지녔다. 태어난지 사흘만에 뇌에 이상이 생겼다고 한다. 하지만 장애는 축구를 향한 조군의 열정을 꺾지 못했다. 이날 동행한 어머니 정혜란씨(46)는 "아들이 스포츠와 뮤지컬을 좋아한다. 개조한 박스형 경차를 타고 전국팔도 어디든 달려간다. 아들이 휠체어에서 내려오면 아무것도 할 수 없지만, 휠체어에 타면 혼자서 어디든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정씨는 경기 티켓을 한장밖에 구하지 못해 조군 혼자 경기장으로 들어간다고 했다. "3살때부터 스스로 하는 연습을 꾸준히 해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지금은 혼자할 수 있는 게 많다. 얼마전엔 기차를 타고 부산에 내려가 뮤지컬을 보고 왔다"며 웃었다. 경기 직관과 분석을 좋아해 에이전트를 꿈꿨었다는 조군은 "뮤지컬도 좋아하지만, 축구장에 왔으면 그건 중요하지 않다. 지금은 축구장에 있다. 축구가 더 좋다. 오늘은 홀란을 응원할 것"이라며 해맑게 웃었다.
이날 서울월드컵경기장에는 쿠팡플레이 시리즈 맨시티-아틀레티코전을 보기 위해 6만4195명의 팬이 운집했다. 경기장을 찾은 스토리는 제각각이었지만, 세계적인 클럽들이 국내에서 맞대결을 하는, 평생 올까말까한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은 같았다. 맨시티의 푸른 유니폼을 입은 팬, 그중에서도 '괴물' 홀란의 등번호 9번 유니폼을 입은 팬들의 지분이 가장 높았지만, 아틀레티코를 응원하는 팬들 역시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어머니, 여동생 손을 잡고 경기장을 찾은 이강서군(9)은 "홀란, 덕배형(케빈 더 브라위너 애칭)을 좋아해서 경기를 보러 왔다"고 말했다. 이날 FC서울 유니폼을 입은 이유를 묻자 "아빠가 멘시티 유니폼을 사주지 않아서"라고 답했다.
맨시티의 하늘색 유니폼과 아틀레티코의 '흰/빨' 유니폼을 입은 두 남성의 조합이 이채로웠다. 사연을 들어보니, 맨시티 유니폼을 입은 김혜웅씨(24)와 아틀레티코 유니폼을 입은 황효원씨(24)는 고등학교 친구 사이였다. 사실 김씨는 맨유팬, 황씨는 토트넘팬인데, 맨시티와 아틀레티코전을 직관하고 싶어 표를 구했고, 온 김에 유니폼까지 구입했다고 했다. 김씨는 "맨유와 맨시티는 이웃사이…"라며 웃었다. 황씨는 여건상 지난해 토트넘 방한 경기를 직관하지 못한 아쉬움을 이날 풀고 싶다고 했다.
맨시티와 아틀레티코는 한국 선수를 보유하지 않은 팀이다. 흥행면에서 우려를 할 법도 했다. 그렇지만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세계 최고 레벨의 팀은 국내 축구팬의 구미를 당기기에 충분했다. 이날 관중수는 1년 전 손흥민의 토트넘-팀 K리그전 관중 6만4100명 보다 많았다. 2년차를 맞이한 쿠팡플레이 시리즈의 흥행 파워를 재확인할 수 있었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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