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안소윤 기자] 인간의 욕망과 이기심이 더 참혹한 재난을 불러왔다. 올여름 '빅4' 중 마지막 주자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재난을 마주한 인간의 민낯을 여실히 보여준다.
9일 개봉한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김숭늉 작가의 인기 웹툰 '유쾌한 왕따'의 2부 '유쾌한 이웃'을 원작으로 새롭게 각색한 작품이다. 대지진으로 폐허가 되어 버린 서울, 유일하게 남은 황궁 아파트로 생존자들이 모여들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재난 드라마다. 영화 '잉투기', '가려진 시간' 엄태화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극한의 재난을 맞닥뜨린 다양한 인간의 군상을 담아냈다.
온 세상을 집어삼킨 대지진으로 인해 서울은 하루아침에 폐허가 되어버린다. 모든 아파트가 다 무너진 가운데, 유일하게 황궁 아파트만 그대로 남아 외부 생존자들이 소문을 듣고 하나둘씩 몰려들기 시작한다. 생존을 위해 하나로 뭉친 황궁 아파트 주민들은 새로운 주민 대표 영탁(이병헌)을 중심으로 외부인의 출입을 철저히 막고, 입주민을 위한 새로운 규칙을 만들어낸다. 평온하고 소중한 공간이었던 아파트가 한순간에 피난처로 뒤바뀌게 되면서 생존에 대한 열의가 더 강해진다.
특히 '콘크리트 유토피아'에서는 개성 강한 캐릭터들의 향연이 펼쳐진다. 작품 안에서 새로운 얼굴을 보여준 이병헌은 날카로우면서도 인간적인 면모를 지닌 영탁으로 분해 등장부터 독보적인 존재감을 드러낸다. 작품에 함께 출연한 박보영은 이병헌의 열연에 "눈을 갈아 끼운 줄 알았다"고 감탄을 표하기도. 마치 'M자형 탈모'를 연상시키는 파격 헤어스타일부터 광기로 가득 찬 눈빛과 표정까지 작은 디테일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다채로운 색채로 캐릭터를 표현한다.
전작과 180도 다른 모습으로 돌아온 박서준, 박보영의 연기 또한 주목할 만하다. 먼저 '로코 장인'이라는 수식어로 불렸던 박서준은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통해 한계 없는 캐릭터 소화력을 보여준다. 박서준이 연기한 민성은 사랑하는 아내 명화와 살아남기 위해 누구보다 노력하는 인물이다. 아파트 안팎에서 마주한 냉혹한 현실에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되면서 캐릭터가 느낀 복잡한 내면을 깊이 있게 그려낸다.
한층 더 단단해진 모습으로 돌아온 박보영은 황궁 아파트에서 유일한 희망이자, 숨 쉴 구멍이다. 외부인들을 배척해야 한다는 영탁과는 달리, 모두가 어려운 상황일수록 함께 생존해야 한다는 신념을 잃지 않는다. 그동안 밝고 귀여운 이미지로 대중에 사랑받아왔던 박보영의 연기 변신은 현장에 있던 배우들 뿐만 아니라 관객들에게도 놀라움을 안길 예정이다.
여기에 황궁 아파트 부녀회장 금애 역을 맡은 김선영을 비롯한 외부에서 생존해서 돌아온 혜원을 연기한 박지후, 비협조적인 모습으로 주민들과 마찰을 일으킨 도균 역의 김도윤도 생존의 갈림길에 선 두려움과 절박한 심정을 가감 없이 토해낸다.
최소를 보여주되 최고의 효과를 내고 싶었다는 엄태화 감독은 '아파트'라는 현실적인 공간에서 벌어지는 재난 상황을 긴장감 있게 풀어낸다. 작품 안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황궁 아파트는 누군가에게는 생존의 위기 속 희망을 느끼게 하고, 또 누군가에게는 좁은 철창 안에 갇혀 있는 듯한 기분을 들게 한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엄태화 감독의 독창적인 상상력에 연기파 배우들의 시너지가 더해지면서 기존 재난물과는 차별화된 재미를 기대하게 만든다.
안소윤 기자 antahn22@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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