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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7시30분 킥오프를 3시간 앞둔 오후 4시까지 경기는 정상적으로 열리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남기일 제주 감독의 표현을 빌리자면, '경기가 열리는 줄 알고 팀 미팅을 하던' 오후 6시 10분~20분쯤 취소 통보를 받았다. 실제로 양팀 선수, 코치들은 평소와 다를 바 없이 경기 한 시간여를 앞두고 경기장에 나와 잔디 상태 등 경기장을 살폈다. 취재진도 평소와 같이 경기 취재 준비를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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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결과, 경기의 '정상 개최'를 '경기 연기'로 바꾼 건 제주 구단이 아닌 공문 한 장이었다. 오후 6시쯤, 대한축구협회와 양 구단에 제주특별자치도발 공문 한 장이 전달됐다. 입수한 공문에는 '현재 제6호 태풍 카눈이 북상하여 제주도 전역에 태풍주의보가 발효중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선 최고 비상단계 3단계로 발령하는 등 범정부 차원에서 재해 안전사고 예방을 위하여 총력 행정을 펼치고 있다. 경기 강행시 선수 및 관중의 안전사고가 우려되고, 또한 국민들의 안전 불감증을 조장할 우려가 있으므로 경기 취소 및 연기를 요청한다. 적극 조치하여 주기 바란다'고 적혀있었다. 제주도는 서귀포로 이동하는 제주 시민들의 안전을 특히 우려했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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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카눈'이 서귀포를 관통하는 만큼 제주도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제주도는 얼마든지 경기 연기를 요청할 수 있다. 이를 받아들이고, 받아들이지 않고는 축구협회가 결정할 일이다. FA컵을 주관하는 협회는 하루 전, 아니 적어도 K리그처럼 3시간 전에 얼마든지 경기 연기를 결정할 수 있었다. 하지만 킥오프 1시간 반 전까지는 아무말 없었던 건 정상 개최를 하더라도 무리가 없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마치 거역할 수 없는 '오더'를 받은양 경기를 연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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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써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FA컵 준결승전이 동시에 취소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결국 경기 연기로 인해 피해를 보는 건 일정이 꼬여버린 구단, 경기를 볼 권리를 빼앗긴 팬들이다. 누가 이들의 시간과 비용을 보상해줄건가. 협회가 정부, 지자체의 눈치만 본다면 대회의 권위는 추락할 수밖에 없다.
제주=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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