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척=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내가 못해서 잘린 거다. 팀에 도움이 안되니까."
조심스러운 질문이었다. 2년만의 유격수 재도전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키움 히어로즈 김혜성(24)의 속내는 명쾌했다.
한때는 리그를 대표하는 만능 유틸플레이어였다. 팀 사정상 내야 전포지션에 외야까지 겸하면서도 도루왕을 다투는 테이블세터로 맹활약했다.
2021년에는 골든글러브에 빛나는 최고의 유격수였다. 하지만 시즌 막판부터 다시 2루수로 포지션을 옮겼다. 지난해에는 타율 6위(3할1푼8리) 도루 2위(34개) OPS(출루율+장타율) 0.776의 커리어하이를 기록하며 사상 최초의 2루-유격수 골든글러브 수상자라는 기록을 남겼다.
민첩한 발놀림과 타구판단에서 나오는 넓은 수비범위가 장점이다. 공격에서도 팀의 필요성에 따라 테이블세터부터 중심타자까지 두루 소화해왔다.
유격수 자리를 책임지던 에디슨 러셀이 떠나고, 새롭게 영입된 로니 도슨은 외야수다. 그래서였을까. 김혜성은 지난 7월 29일 삼성 라이온즈전부터 3일 LG 트윈스전까지 유격수로 출전했다.
하지만 30일 삼성전, 3일 LG전에서 실책을 범하며 팀 패배의 장본인이 됐다. 다시 2루수로 복귀했지만, 키움은 9연패의 시련을 겪었다.
9일 고척돔에서 만난 김혜성은 유격수로 출전한 과정에 대해 "내가 하고 싶다고 말씀드렸고, 감독님이 내보내주셨고, 내가 못했다"고 설명했다.
"해봤고, 못해서 잘렸다. 유격수로 갈 때는 더 잘해보자는 마음이었다. 그런데 실책이 2개 나오고, 유격수로서 도움이 안되니까 잘린 거다. 내가 실책을 했으니 어쩔 수 없다."
그는 "유격수로 뛸 준비는 항상 하고 있다. 결과로 보여주는게 안되서 아쉬울 뿐"이라고 했다. 러셀이 빠지면서 다시 키움의 유격수 자리는 김휘집과 김주형이 경쟁중이다.
이날 김혜성은 전날 자신의 파울 타구에 맞아 다리 통증이 있는 상황. 지명타자로 출전해 3안타를 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주루 과정에서는 다소 절뚝이는 모습이 포착됐다.
하지만 김혜성은 이정후가 없는 지금 자타공인 명실상부 팀의 중심 선수다. 이미 주장까지 역임했던 경력도 있다. 오는 9월 항저우아시안게임 대표팀의 핵심 선수이기도 하다.
올해 리그 최하위를 맴도는 키움의 타선을 생각하면, 김혜성의 머릿속에 휴식은 없었다. 그는 "다리가 부러지지 않는 이상 뛰고 싶다. 불편하지만 못 뛸 정도는 아니었다"면서 "수비에선 도움이 안될 것 같아 빠졌을 뿐"고 설명했다.
고척=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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