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시리즈중 우천 취소 경기가 있었다. 전날 특별히 치명적인 불펜 소모도 없었다. 다음날은 휴식일인 월요일.
아직 서로간의 신뢰가 쌓이지 않은 외인 투수. 2경기 연속 비틀거림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사령탑은 포수다운 시야와 인내심을 과시했다. 믿고 관찰하며 기다렸다.
2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주말시리즈 마지막 경기. NC 선발투수는 태너 털리였다. 테일러 와이드너를 퇴출하고 영입한 새 외인이다.
강렬한 구위보다는 정교한 커맨드와 변화구가 주무기다. 첫 등판이었던 15일 한화 이글스전에서 6이닝 3실점으로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 이하)를 기록하긴 했지만, 예상보다 직구 구속이 아쉬웠다.
경기전 만난 강인권 NC 다이노스 감독은 "오늘은 첫 등판보다는 좋아지지 않겠나. 희망적인 생각을 갖고 싶다"며 기대감보다는 조심스러운 속내를 전했다.
태너는 초반부터 흔들렸다. 1회초 상대한 4명의 타자는 모두 잘 맞은 타구를 날렸다. 박계범과 로하스는 안타를 때렸고, 김재호와 양석환의 타구는 야수 정면으로 향했다. 하지만 김재호가 2루 직선타, 양석환이 병살타를 기록하면서 1회를 실점 없이 무사히 넘겼다.
2회말에는 제구 불안에 수비의 거듭된 실수까지 겹쳤다. 두산 첫 타자 김재환이 볼넷으로 나갔고, 강승호가 좌중간 안타를 친 뒤 2루까지 내달렸다. 이대형 해설위원은 "타구가 약했는데, NC 중견수 마틴의 전진이 늦었다. 강승호가 2루까지 가면 안되는 타구"라고 지적했다.
뒤이은 박준영의 유격수 땅볼 때 유격수 김주원의 홈 송구 실책까지 나왔다. 결국 장승현의 내야땅볼, 조수행의 적시타가 이어지며 1-3 역전을 허용했다. 불안감이 그대로 맞아들어는 듯 했다.
3회말도 시작은 불안했다. 두산 선두타자 로하스의 날카로운 타구는 박민우의 완벽한 시프트에 걸려들었지만, 아쉽게 박민우가 송구로 연결하지 못하면서 내야 강습 안타가 됐다.
하지만 태너는 이미 달라져 있었다. 양석환 김재환을 연속 삼진으로 잡아냈다. 이어 4회에는 3자 범퇴, 5회와 6회 안타 하나씩을 내줬지만 7타자 연속 범타를 기록하는 등 큰 위기 없이 6회까지 4-3 리드를 지켜냈다. KBO리그 첫 승 조건을 갖춘 뒤 마운드를 내려갔다. NC 타선도 7회초 3점을 추가하며 태너를 지원사격했다.
이승엽 두산 감독은 일요일의 특수성을 고려해 경기전 '총력전'을 선포했다. 선발 곽빈을 4회초에 내렸고, 이후 이영하 김강률 김명신, 오는 20일 선발 출격을 준비중이던 김민규, 그 뒤로도 박치국 최원준 이병헌까지 줄줄이 투입됐다.
4위 NC 역시 갈길이 바쁘다. 하지만 강 감독은 기다리고 지켜보는 쪽을 택했고, 그 뚝심은 보답을 받았다. 이날 NC는 12대5로 승리했고, 태너는 한국야구 데뷔 첫승을 올렸다.
관심을 끌었던 직구 최고 구속은 최고 145㎞, 평균 142㎞를 기록했다. 140㎞를 밑돌던 첫 경기보다 한결 나아진 수치다. 한국에 적응할수록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거란 기대감을 갖게 했다.
잠실=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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