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지난 18일 인천 SSG랜더스필드. LG 트윈스 염경엽 감독은 중요한 순간마다 다른 표정을 보였다.
염 감독은 4-4 동점인 연장 10회초 1,3루서 더블스틸을 시도했다가 3루주자 문보경이 홈에서 아웃되자 답답한 마음에 주먹으로 펜스를 내리쳤다. 중계 카메라가 당연히 자신을 찍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감정을 그대로 드러냈다.
SSG 투수 최민준을 공략하지 못해 12회초 투아웃까지 몰린 상황에서 문보경이 역전 솔로포를 쏘아올리자 염 감독의 표정은 완전히 달라졌다. 홈을 밟고 더그아웃으로 온 문보경을 보고 양팔을 들어올려 환호한 뒤 문보경과 힘차게 하이파이브를 했다. 이어 정주현이 쐐기 투런포를 쏘아올리자 이번엔 선수들이 하던 어깨동무 세리머니에 동참했다. 더그아웃으로 온 정주현을 염 감독이 직접 어깨동무 하고 점프했다.
KBO리그 감독은 포커페이스를 미덕으로 삼는다. 이겨도 무표정, 져도 무표정으로 감독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게 좋다고 한다. 예전 몇몇 감독이 중요한 홈런을 쳤을 때 환호하는 것을 보고 팬들이 비판하는 경우도 있었다.
예전 염 감독도 그랬다. 염 감독이 예전 넥센이나 SK 감독 시절에 홈런을 친 선수와 하이파이브를 하는 사진을 보면 무표정이거나 살짝 미소를 짓는 정도에 불과하다. 하이파이브를 하면서 상대 벤치쪽을 바라보는 장면도 자주 보였다.
하지만 이번에 LG 감독을 맡으며 바꿨다. 스트레스를 마음에 삭이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염 감독은 SK 감독 시절인 2020년에 경기중 쓰러진 적이 있었다. 성적이 떨어지자 혼자 속앓이를 하다가 결국 건강에 탈이 난 것. 이후 팀을 제대로 지휘하지 못했고 결국은 시즌을 마친 뒤 감독직에서 스스로 내려왔다.
다시 잡은 지휘봉. 염 감독은 건강을 위해 이전의 자신을 버렸다. 하루 종일 야구만 생각했던 염 감독은 이젠 야구장을 떠날 땐 야구도 내려 놓는다고 했다. "이제 집에 가서는 야구를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경기 중에 감정을 드러내는 것 역시 건강과 연결된다.
염 감독은 "집에서도 감정을 드러내라고 하더라. TV에 나오니 욕만 하지 말라더라"고 웃으며 "마음으로 삭이지 않고 표출하는 것이 내가 살기 위한 방법"이라고 했다. 좋을 때 환호하는 것은 나쁘지 않지만 좋지 않을 때 찡그리거나 지적을 하는 것은 선수나 코치에게 안좋은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그러나 염 감독은 "선수는 물론이고 코치들도 내가 뒤끝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때의 표현일 뿐인 것을 알기 때문에 선수단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라고 했다.
무게만 잡는 게 아닌 선수들과 함께 좋아하고 아쉬워하는 감독. 그의 환호에 LG의 신바람이 더 즐겁게 느껴진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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