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배트 노브 위 테이프 위에 선명하게 적힌 '왕(王)'자. 3전4기 타격왕에 대한 의지라 여겨졌다. 하지만 조금 이상했다. 이미 시즌 초부터 새겨져 있었기 때문이다.
SSG 길레르모 에레디아, LG 홍창기 등과 함께 치열한 타격왕 레이스를 펼치고 있는 NC 외야수 손아섭(35).
2위만 두차례(2013년 2020년), 개인 한 시즌 최고타율인 0.365로도 3위(2014년)에 그쳤던 한을 풀기 위한 집념의 상징 처럼 보였다.
전무후무한 8시즌 연속 150안타란 대기록을 달성한 9일 창원 롯데와의 더블헤더 1차전. 경기를 마치고 가진 인터뷰에서 '왕(王)'자의 의미를 물었다. 예상과 다른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제가 지난 4월에 부진 했잖아요. 올 초 시즌을 빨리 준비 했는데도 (작년에 이어) 또 부진 하니까 너무 속상한 거예요. 그러던 차에 예전 스물한살 때 사진 속 장갑에 그 왕자가 써 있는 거예요. 그래서 '초심으로 한번 돌아가 보자'는 생각에 다시 왕자를 쓰기 시작했는데 그때부터 이상하게 결과가 잘 나오더라고요. 그러다보니 이제 안 쓰면 찜찜한 거예요. 그래서 계속 쓰게 된 겁니다."
그렇다면 생애 첫 타격왕 타이틀은 그에게 어떤 의미일까. 솔직한 속내가 돌아온다.
"솔직히 빈말이 아니고요. 아직 30경기 정도 남아 있기 때문에 지금은 하루 못 치면 3, 4등도 되고, 하루 잘 치면 1등도 되고 하는 그런 상황이라 크게 중요하진 않고요. 그보다는 저희가 지금 포스트시즌 경쟁중인데 순위가 촘촘하게 붙어 있잖아요. 그래서 사실 팀 순위가 조금 더 신경이 많이 쓰여요. 저희가 빨리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 짓고 나면 그때는 저도 한번 (타격왕) 욕심을 부려보겠습니다."
캡틴 다운 한마디.
최근 삼성과의 맞대결에서 구자욱이 인터뷰에서 손아섭 선배의 타격왕 의지를 잠시 언급한 데 대해 쿨하게 받아들였다.
"오히려 자욱이가 의식하기 때문에 그런 말을 하는 게 아닐까요. 저는 사실 전혀 의식하지 않고요. 어릴 때는 의식을 많이 했는데 지금은 정말 그냥 이렇게 부상 없이 그라운드에서 뛸 수 있는 게 너무 행복해요."
손아섭은 대기록 달성 다음날인 10일 창원 롯데전에 톱타자로 출전, 4타수3안타 1타점 1득점 맹활약으로 3대1 승리를 이끌었다. 최근 6경기 연속 안타 속에 소속팀 NC는 이번 주 7연전을 6승1패로 성공리에 마무리 했다.
손아섭은 시즌 타율을 3할4푼1로 끌어올리며 선두 에레디아(0.342)를 1리 차로 압박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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