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문지연 정빛 기자] "17년 만에 '청룡' 타이틀. 터닝포인트 될 것 같아요."
'용서받지 못한 자'(윤종빈 감독, 2005)로 청룡영화상 신인남우상 후보에 노미네이트 된 이후 17년 만의 첫 연기상 수상이다. 영화 '국가대표'와 '범죄와의 전쟁' 등으로 인기스타상을 수상하기는 했지만 연기상은 처음. 하정우는 제2회 청룡시리즈어워즈에서 '수리남'으로 남우주연상 수상에 성공하며 트로피를 기쁘게 받아올렸다.
최근 스포츠조선 사옥에서 다시 만난 하정우는 "17년 만에 받은 만큼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찍 상을 받아서 수상의 영광을 누리는 것보다 최대한 미뤄서 받았다는 것이 어쩌면 작품 활동을 하는데 있어서도 좋은 터닝포인트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릴 때 받는 상에서 제가 귀중함을 알겠나. 작품 활동을 많이 하고 이제야 받았다는 것, 이게 그동안 열심히 소처럼 영화도 하고 처음으로 시리즈물에도 출연하고 작품을 해온 것에 대한 스포츠조선이 주는 '수고했다'는 의미라고 생각해서 기분이 좋았다"는 소감을 밝혔다.
'용서받지 못한 자'로부터 17년이다. 하정우는 "그 옛날이 새록새록 기억이 났다. '용서받지 못한 자'로 윤종빈 감독은 신인감독상 후보에 오르고 저는 신인남우상 후보에 올랐었다. 저는 그때 '용서받지 못한 자'가 워낙 저예산이라 극장에 걸릴 것이라 예상하지도 못했는데 청룡영화상에 후보로 오른 것만으로도 큰 기쁨이었다. 그?? 설레고 떨렸던 마음이 17년간 잘 간직이 됐던 것 같다. 이번 상은 저에게는 특히 윤종빈 감독과 함께 받은 상이라 더 의미가 있다. 그래서 누구보다 윤종빈 감독이 기뻐하고 축하해줬다. 7년 전 이 아이템을 가지고 '수리남'에 대해 이야기를 했던 그 기억부터 1년 가까이 코로나로 고생하며 촬영했던 기억이 나서 이 상이 저에겐 굉장히 뭉클했다"고 말했다.
시상식 당일도 '떨림'의 연속이었다. 대선배 최민식이 '카지노'로 동일 부문에 노미네이트 됐기에 수상에 대한 기대감도 적었다. 하정우는 최민식과 치열한 경합 끝에 남우주연상 트로피를 손에 넣었다. 하정우는 "너무 떨렸다. 당연히 (최)민식이 형이 받으실 줄 알았는데 (이)정재 형이 제 이름을 불렀을 때 '어?'하면서 민식이 형만 생각이 났다. 후배 배우들이 다 그랬을 것 같다. 존경하는 선배 앞에서 제가 상을 받았다는 것에 대한 쑥스러움이 있었고 부끄러웠다. 그랬기에 민식이 형에 대한 이야기가 먼저 나온 것 같다. 저의 감사함을 얼마나 더 꾸며낼 수 있겠나. 저와 친한 사람들은 역대급으로 수상 소감을 길게 했다고 하더라"며 웃었다.
'수리남' 촬영은 유독 고됐다. 아프리카 현지에서의 촬영은 물론, 전국 곳곳을 누비며 촬영을 이어갔다. 하정우는 "집에 가면서 '수리남'의 촬영 기간이 스쳐지나갔다. 상을 받은 당시에는 예상도 못하고 당황하다 내려왔고, 구두를 벗고 차에 타서 집에 가는 길에 '상을 받았구나' 생각이 들더라. 여러 감정이 오갔다. 상을 받아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고, 또 잊지 않아주셔 감사하다는 마음도 들고 복합적인 생각이 들었다. '수리남'을 처음에 어떻게 하겠다는 과정, (황)정민이 형, 박해수, 조우진, 유연석이 캐스팅되는 과정들이 하나하나 생각이 났다. 심지어 저는 '수리남'의 후시녹음을 '비공식작전'의 촬영지인 모로코에서 했다. 원격으로 녹음하던 기억도 났다. 여러 부문에서 '수리남'이란 작품은 제 인생의 기억에 남는 작품인 것 같다. 더더욱 이 작품으로 상을 받게 됐다는 것이 의미가 크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수리남'으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지만, 배우로서의 숙제는 늘 남아있다. 하정우에 대한 기대감과 기시감이 동시에 있는 만큼, 대중을 만족시키는 그의 도전은 계속될 전망. 하정우는 "주연 배우로서 기획 영화에 참여해 역할을 해나가는 순수한 마음이었을 뿐이다. 어쩌면 새로운 소재나 새로운 형태의 영화를 찾아내고 개발해 그런 이야기를 주도적으로 해야 하는 시대가 왔다고도 생각한다. 이번에 제가 연출하는 '로비'라는 작품이 저에게는 그런 새로운 것을 던져줄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연기적인 고민은 늘 있다. 연극 연기를 전공해서 그때부터 연기 고민은 연장선이었다. 답은 없고, 한 작품이 끝나면 다시 시작되기에 연기 고민이라기 보다는 캐릭터 고민이 많다.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있다. 그렇기에 이번 '로비'에서의 역할을 어떻게 설득력 있게 표현해야 할지가 고민이다"라고 말했다.
1년의 불가피한 공백기, 하정우의 '청룡'은 또 다른 터닝포인트가 된다. 하정우는 "인디언들이 말을 탈 때 습관적으로 뒤를 돌아본다고 한다. 그 이유가 내 영혼이 따라오지 못할까 하는 생각이라고 한다. 마냥 전력질주하고 열심히 하는 게 열심히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런데 뒤돌아볼 시간을 갖지 못한 것이 실수가 아니었나 생각하는 것이다. 그런 것을 교훈 삼아 억지로라도 뒤를 돌아보고, 내 영혼과 마음이 잘 따라오고 있는지를 살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제게 트로피 장식장이 있다. 인기스타상 옆 자리에 두고 지켜볼 것이다. 원동력이 됐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줬다"고 밝혔다.
하정우는 '1947보스톤'의 개봉을 앞두고 있는 상황. 또 이제는 감독 하정우로 돌아가 '로비' 촬영에도 임한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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