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원래 잘 모으는 성격도 아니고…."
강승호(29·두산 베어스)는 지난 15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에서 KBO리그 역사를 썼다.
첫 타석에서 볼넷을 골라낸 뒤 홈런-3루타-2루타-단타를 차례로 기록하면서 KBO리그 역대 30번째 사이클링히트(힛 포더 사이클)을 달성했다. 베어스(OB 포함) 역사 상 6번째 기록이다.
강승호의 기록은 더욱 특별했다. 홈런부터 역순으로 차례로 사이클링히트가 완성되는 '리버스 내추럴 사이클링히트'는 KBO리그에서 강승호가 유일하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도 10명 밖에 달성하지 못한 진기록이다.
이런 진기록의 기록은 하늘이 점지해주는 것일까. 마지막 순간에는 행운이 따랐다.
9회초 1사 1루에서 강승호는 KIA 마무리투수 정해영의 바깥쪽 슬라이더를 받아쳤다. 정타가 나오기 어려운 코스. 방망이는 두 동강이 났고, 타구는 투수 정면으로 향했다.
낮게 날아간 공은 투수 발 앞쪽 부분을 맞고 굴절됐고, 강승호는 1루에 안착했다. 강승호는 1루에서 고영민 코치와 포옹을 하는 등 기쁨을 누렸다.
기념구도 안전하게 두산 더그아웃으로 들어왔다. 다만, 또 하나의 '기념품'이 그라운드에 버려져 있었다. 사이클링히트가 완성된 순간. 자신의 소임을 다하고 부러진 방망이. 그 기록의 시작과 끝을 함께 했던 만큼, 기념구 만큼이나 값진 물건이었다. 그러나 완벽하게 부러진 방망이는 챙기기도 어려운 모습이었다.
무심코 버려질 수도 있었지만, 강승호의 '사이클링히트 방망이'는 완벽하게 살아났다.
부러진 방망이를 본 양석환은 빠르게 수거했다. 이후 부러진 부분을 꼼꼼하게 테이핑했고, 다시 원래의 형체로 복원됐다.
양석환은 "4타석 다 같은 방망이로 친 건데 친 사람 입장에서는 가보가 될 수 있다. 부러지기는 했어도 충분히 붙여서라도 간직할 만한 가치가 있을 거라고 봤다"라며 "더그아웃에서 보는데 부러진 배트가 있길래 붙여서 (강)승호한테 주려고 했다"고 말했다.
강승호는 생각지도 못한 선물에 미소를 지었다. 강승호는 "부러진 걸 발견하고 잠깐 생각은 했는데, 그냥 버리자고 생각했다. 어차피 이미 방망이는 부러졌고, 기록도 달성했으니 따로 챙기지 않았다"라며 "그런데 (양)석환이 형이 챙겨주셔서 감사했다"고 이야기했다.
양석환의 특별 선물은 끝이 아니었다. 경기를 8대6으로 승리한 뒤 강승호가 방송사 인터뷰를 하는 동안 음료를 모아 물을 끼얹는 세리머리를 선사했다. 외국인 타자 호세 로하스도 동참했다. 로하스는 지난 8월 2루타 하나가 부족해서 사이클링히트를 달성하지 못했던 만큼, 기록의 가치를 잘 알고 있었다.
양석환은 "안 해주면 서운할 수 있다. 야구 선수로서는 정말 영광의 기록이다. 말로는 다 축하할 수 있지만 이벤트성으로 해주면 추억에 남는 만큼 좋을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함께 한 로하스 역시 "내가 달성하지 못했던 부분은 괜찮다. (강승호가 달성해서) 기분 좋다"고 미소를 지었다.
강승호는 "사실 물을 뿌려줄지는 몰랐는데 기분이 좋았다"라며 "(양)석환 형이 겉으로는 말도 툭툭 하곤 하는데, 뒤에서 엄청 잘 챙겨준다"고 고마워했다.
'복수'와 '감사'의 사이. 다음을 기약했다. 강승호는 "다음에 석환이 형이 좋은 기록을 남기면 꼭 물 세리머니를 꼭 해드리고 싶다"고 웃었다.
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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