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세일즈 스킬'은 도저히 다니엘 레비 토트넘 홋스퍼 회장을 따라갈 수 없다. 철저하게 손해를 보지 않는 거래를 한다는 게 다시 한번 입증됐다. 지난 여름 이적시장 최대 화제였던 프랜차이즈 간판 골잡이 해리 케인을 바이에른 뮌헨으로 보낼 때 슬쩍 '바이백 조항'을 넣어둔 것으로 확인됐다. 조건만 맞으면 케인을 다시 토트넘으로 데려올 수 있는 옵션이다.
영국 매체 스포츠바이블은 20일(한국시각) '레비 회장이 케인을 뮌헨으로 이적시킬 때 바이백 조항을 삽입해뒀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복수의 영국 매체들이 전부 이 소식을 다뤘다. 그만큼 레비 회장의 기막힌 판매전략에 놀란 것이다.
레비 회장은 이날 토트넘 구단 팬 포럼에 참석했다.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과 '캡틴' 손흥민, 로버트 빌라햄 여자팀 감독, 잉글랜드 여자대표팀 소속이기도 한 베서니 잉글랜드 등이 이날 포럼에 참석해 팬과 자유로운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그런데 이 자리에서 '핵폭탄급' 팩트가 공개됐다. 레비 회장이 직접 케인을 뮌헨으로 보낼 때 '바이백 조항'을 삽입해놨다고 말한 것. 물론 레비 회장은 자신이 가진 카드를 전부 공개하는 실수는 범하지 않았다. 그는 바이백 조항 내용에 관한 자세한 설명은 생략했다.
그래도 '바이백 조항'이 있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 이는 토트넘이 언제든 일정 시기에 일정 금액만 맞추면 곧바로 케인을 다시 불러들일 수 있다는 권리이기 때문이다.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인 케인을 팔고 싶지 않았던 레비 회장이 마지막으로 꺼내든 '묘수'는 바로 바이백 조항 삽입이었다. 케인의 영입이 시급했던 뮌헨도 결국 이 조건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이전까지 레비 회장의 태도가 워낙 강경했었기 때문이다.
케인은 토트넘 유스를 거쳐 프로에 데뷔해 통산 435경기에서 280골-64도움을 기록한 리빙 레전드다. 이미 EPL 213골로 토트넘 구단 최다골 기록을 넘었고, 역대 2위이자 현역 최다골 기록 보유자다. 그런 케인은 '우승'을 위해 지난 여름 토트넘을 떠났다. 이미 수 년 전부터 케인을 노리는 구단은 많았다. 맨체스터 시티 입단 직전까지 가기도 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레비 회장이 철저히 케인을 막아 섰다. 지난 여름에도 마찬가지였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비롯한 많은 구단이 케인 영입에 뛰어들었지만, 레비 회장이 높여 부른 조건을 충족시킬 수 없었다.
오직 뮌헨 만이 레비 회장이 요구했던 1억파운드의 이적료 조건을 맞출 수 있었다. 결국 케인은 지난 8월 12일 뮌헨에 공식 입단했다. 이적료는 1억2000만파운드(약 2029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레비 회장은 케인을 끝까지 잡으려 했지만, 이미 떠난 선수의 마음을 돌릴 순 없었다.
또한 이번 여름 매각으로 인해 얻게 되는 재정적 이득도 무시할 수 없었다. 케인은 내년에 FA가 되기 때문에 머뭇거리다간 한푼도 못 건지고 특급 스타를 잃을 수도 있었다. 결국 레비 회장은 실리를 택하면서도 동시에 최소한의 안전장치로 바이백 조항을 설정했다.
실제로 바이백 조항이 발동되지 않을 수도 있다. 케인의 몸값을 토트넘이 감당할 수 없게 되는 경우다. 하지만 바이백 조항이 있다는 것 만으로도 케인 이적 때문에 화가 났던 토트넘 팬들의 마음을 위로할 순 있다. 레비 회장이 하필 팬 포럼에서 바이백 조항이 있다는 걸 공개한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을 듯 하다. 여러가지 계산을 하고, 철저히 손해보지 않는다는 레비 회장의 방식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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