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창원=스포츠조선 정재근 기자] 리그 최고의 베테랑 포수가 맥없이 앞으로 고꾸라졌다. 파울 타구가 그대로 중요 부위를 강타했기 때문이다. 숨도 쉴 수 없는 고통의 시간이 흐른 후 겨우 정신을 차렸다. 가해자이지만 죄 없는 후배의 농담 섞인 위로 한마디, 양의지가 크게 웃었다.
지난 22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두산-삼성전. 두산이 3-0으로 앞선 5회말 삼성 류지혁이 타석에 섰다. 두산 선발 최승용의 4구째 슬라이더가 류지혁 배트의 밑부분을 스친 후 원바운드 되며 양의지의 가랑이 사이를 강타했다. 보호대를 차고 있었지만, 워낙 강한 타구에 맞았다. 양의지가 한 참 동안 앞으로 몸을 숙인 채 일어나지 못했다.
트레이너가 달려 나왔지만 딱히 도와줄 방법이 없다. 시간이 유일한 약이다.
호흡이 정상적으로 돌아온 양의지가 정신을 차렸다. 다시 공을 받을 준비를 마치자 류지혁도 타석에 들어섰다. 류지혁이 양의지의 등을 쓰다듬으며 위로의 말을 건넸다. 순간 양의지가 고개를 들어 류지혁을 바라보며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류지혁이 어떤 농담을 했길래 양의지는 아픔도 잊고 '천진난만'한 웃음을 터트렸을까? 그 고통을 아는 남자들이라면 누구나 쉽게 상상할 수 있는 내용일 것이다. 아픔도 웃음으로 승화시킨 두 사람의 모습. 두산에서 7년간 함께 동고동락하며 쌓은 우정의 깊이다.
이날 경기에서 양의지는 3회 2타점 적시타를 치며 통산 1000타점을 고지를 밟았다. 역대 23번째 대기록으로 두산에서는 김동주(1097타점) 홍성흔(1120타점)에 이어 3번째 기록이다. 21일 경기에서는 6회 뷰캐넌을 상대로 솔로포를 쏘아 올리며 4경기 연속 홈런포를 가동했다. 23일과 24일 열린 창원 NC전에서도 안타를 친 양의지는 9월9일 잠실 삼성전 이후 13경기 연속 안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올 시즌 112경기에 출전한 양의지의 성적은 타율 0.318 122안타(14홈런) 57타점이다.
두산은 9월 들어 13승 5패의 호성적을 거두며 6위에서 4위까지 순위를 끌어 올렸다. 3위 NC와의 게임 차는 2.5게임이다. NC의 9월 성적도 두산과 똑같은 13승 5패. 올 시즌 가을에 유독 강한 모습을 보이는 두 팀이다. 지난 주말 만난 두 팀은 1승 1패로 우열을 가리지 못했다.
가을만 되면 힘을 냈던 두산의 저력, 지난 시즌은 예외였다. 양의지가 돌아온 올 시즌 두산의 가을 야구 본능도 되살아났다.
양의지는 아프면 안 된다. 양의지가 웃어야 팬도 웃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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