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저우(중국)=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아시안게임 축구대표팀이 조별리그를 거쳐 16강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가장 주목받지 못한 선수 중 한 명은 바로 골키퍼 이광연(24·강원)이다.
이광연은 항저우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조별리그 1, 2차전인 쿠웨이트(9대0), 태국전(4대0)과 지난 27일 키르기스스탄과 16강전(5대1)에 출전해 팀의 8강 진출을 뒷받침했다.
한국이 조별리그 3경기에서 16득점 무실점 3전 전승이라는 압도적인 실력을 보여주면서 팬들 사이에선 '이광연이 오늘 샤워를 했을까'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슛을 막을 일이 거의 없었기에 굳이 샤워를 안하지 않았을까라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실제로 이광연은 조별리그에서 이렇다할 실점 상황과 마주하지 않았다. 상대의 슛이 한국 골문으로 날아오는 횟수 자체가 적었다. 16강을 확정한 상태에서 치른 3차전 바레인전에 출전한 민성준(인천)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광연은 키르기스스탄전 전반 29분 이번대회 첫 실점을 허용했다. 한국 진영에서 주장 백승호(전북)의 볼터치 실수에서 시작된 상대의 역공 상황에서 마스카트 알리굴로의 슛에 뚫리고 말았다.
황선홍 대표팀 감독은 5대1로 승리한 경기를 마치고 5득점보단 1실점에 초점을 맞춰 "다시는 이런 경기는 안했으면 한다"고 쓴소리했다.
이광연은 한국이 2-1로 불안한 리드를 하던 전반 막판, 다시 한번 알리굴로프와 일대일 상황을 맞았다. 하지만 이번엔 알리굴로프의 슛을 쳐내며 상대의 추격 의지를 꺾었다.
이광연의 샤워 여부는 인터뷰에서 직접 물어보지 않는 이상은 확인이 어렵다. 추정컨대 이광연은 혹여 조별리그에서 샤워를 하지 않았더라도 키르기스스탄전을 마치고는 필시 샤워를 해서 더워서 흘린 땀, 당황해서 흘린 진땀으로 뒤섞였을 몸을 물로 씻어내지 않았을까?
한국은 이날 승리로 8강에 올라 10월1일 항저우 황룽스포츠센터스타디움에서 개최국 중국과 격돌한다. 중국전을 시작으로 조별리그, 16강전과는 차원이 다른 레벨의 경기가 기다린다. 이광연의 선방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순간이 반드시 온다. 그런 순간에 이광연이 알리굴로프의 슛을 막았듯이 '금빛 선방'을 해주면 팀이 확실히 힘을 받을 수 있다.
공격수의 골 없이 대회에서 우승할 수 없듯이, 골키퍼의 선방없이 우승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2014년 인천대회,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대회 2연속 우승 뒤에는 김승규(알샤밥)와 조현우(울산)의 '불꽃선방'이 있었다.
이광연은 2019년 U-20 월드컵에서 이강인(파리생제르맹) 등과 함께 준우승 신화를 쓴 주역이다. 소속팀 대표이사인 김병지를 떠올리게 하는 동물적인 선방 능력이 일품이다. 십자인대 부상을 딛고 다시 돌아와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꿈꾸고 있다.
항저우(중국)=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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