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이것 보다 더한 드라마가 있을까요. 저에겐 이것 자체가 낭만인 것 같습니다."
2002년 초등학교 3학년때 TV로 봤던 LG 트윈스의 한국시리즈 준우승. 당시 이승엽의 동점 스리런과 마해영의 역전 우승 홈런을 보고 열받아 울고, 등교거부까지 했던 그때의 '엘린이'가 어느새 LG 트윈스의 주축 베테랑 투수가 돼 한국시리즈에 나선다.
LG 임찬규에게 한국시리즈가 낭만이요, 드라마로 다가왔다. "정규리그 우승을 하고 한국시리즈에 나간다고 생각을 하니 안믿겨졌다. 신난다는 느낌보다는 먹먹해지는 느낌이었다"는 임찬규는 "이것 자체가 낭만인 것 같고, 이보다 더한 드라마가 있을까 싶었다"라고 했다. "초등학교 3학년때 응원했던 LG가 한국시리즈 6차전서 이상훈 코치님이 뛰어나가는 것을 보고 이겼다고 생각했는데 동점이 되는 순간 머리가 하얘졌다. 당시 뛰었던 선수들의 이름 다 기억이 난다"면서 "그때 봤던 한국시리즈에 이제 내가 올라가서 던진다니…"라며 감격해했다.
임찬규는 이어 "이 드라마가 잘 끝나려면 잘 던져야겠지만 일단 여기까지만이라도 그 이상의 드라마는 없을 것 같다"며 "인생을 살아가면서 이보다 더 극한의 상황이 올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했다.
그래서 한국시리즈 등판이 더욱 값지게 느껴진다. 임찬규는 "한국시리즈에서 무조건 이겨야겠지만 결과를 떠나서 공 하나 하나 던질 때마다 그 장면 하나 하나를 다 머릿속에 남겨두고 싶다. 그래서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라고 했다.
이번 한국시리즈를 보게될 '엘린이'에겐 우승을 많이 보여주고 싶다고. 임찬규는 "지금 엘린이들이 LG에 입단할 때 나처럼 우승이 없는 팀이면 안될 것 같다"고 웃으며 "더 자주, 많이 우승해서 좋은 팀으로 기억이 되고 싶다"라고 말했다.
드라마와 같은 한국시리즈에 오르는데 자신의 역할이 컸다. LG 염경엽 감독도 4,5월 국내 선발이 힘들었을 때 임찬규의 역할이 컸다고 했다. 임찬규는 시즌 시작할 때 롱릴리프였으나 대체 선발로 들어왔고, 호투를 거듭하며 국내 에이스로 맹활약, 12승3패 평균자책점 3.60을 기록했다.
임찬규는 올시즌 정규리그 우승을 언제쯤 확신했냐는 질문에 "언제쯤이라기 보다는 주전 선수들이 빠질 때마다 다른 선수들이 그 자리를 메워주는 것을 보면서 된다는 생각을 했었다. 선발이 빠지면 정용이가 올라오고 윤식이가 올라오고 지강이가 올라왔다. 지환이 형이 빠지니 민성이 형이 막아주고, 신민재가 올라오고 하는 것을 보면서 뭔가 된다고 봤다"고 했다.
항저우에 있는 고우석으로부터 축하 전화를 받았다는 임찬규의 남은 시즌 목표는 정규이닝을 채우는 것. "한달 정도 선발로 던지지 못했지만 정규 이닝을 채우고 싶다. 시즌이 끝난 뒤 3주 정도의 시간이 있으니 남은 시즌을 정상적으로 던지겠다"라고 끝까지 완주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임찬규는 인터뷰 다음날인 5일 롯데전서 선발등판해 6⅓이닝 동안 1실점의 호투로 승리투수가 되며 시즌 13승을 기록했다. 자신의 한시즌 최다승이자 올시즌 국내 투수 최다승이다. 139이닝을 기록한 임찬규는 마지막 한번의 선발 등판에서 5이닝 이상 던지면 144이닝을 넘겨 규정이닝을 채운다.
부산=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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