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저우(중국)=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인생 삼세판 아닙니까. 이번엔 반드시 좋은 결과 내겠다 약속했는데, 지키게 되서 기쁩니다."
마음의 짐을 벗어던진 '푸른피 에이스' 원태인의 표정은 밝았다. 전날 목이 터져라 파이팅을 외치느라 잠겨버린 목소리가 오히려 미소를 더 깊어보이게 했다.
3번째 국가대표 도전만에 우승을 이뤄냈다. 도쿄올림픽과 2023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의 아쉬움을 한큐에 날려보냈다.
한국은 7일 항저우 아시안게임 야구 결승전에서 대만을 상대로 2대0 승리, 금메달을 품에 안았다. 원태인은 앞서 홍콩전 4이닝 8K, 중국전 6이닝 6K의 무실점 쾌투를 이어가며 금메달에 톡톡히 일익을 담당했다.
귀국길에 앞서 만난 원태인은 "국가대표에서 처음으로 좋은 결과를 얻고 나니 아무 생각도 안나고 마냥 좋았다"며 웃었다. 밤에도 심장이 하도 두근두근 뛰어 잠을 설쳤다고.
9회말 1사 1,2루 마지막 위기가 왔다. 원태인은 2루쪽 땅볼 타구를 보며 '병살은 어렵겠다' 생각했다고. 그런데 김혜성이 대시해 1루주자를 태그 후 1루에 송구, 원맨 더블플레이로 경기를 끝냈다. 원태인은 "역시 캡틴의 품격이다. 딱 머릿속에 그렸던 대로 플레이가 됐다더라"며 혀를 내둘렀다.
결승전의 주인공은 160㎞ 직구를 꽂아넣으며 6이닝 무실점 7K로 호투한 선발 문동주였다. 벌써부터 문동주와 노시환이 병역 특례를 받은 한화는 이번 아시안게임 최대 승자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삼성 역시 '푸른피에이스'와 평생을 기약할 수 있게 됐다. 원태인은 "야구선수 인생에 공백기가 사라진 건 제게도 팀에게도 이득이라고 생각한다. 부상만 조심하자는 마음이다. 안일하지 않고 더 발전하는 선수가 되겠다"는 각오를 되새겼다.
7승6패란 성적은 다소 아쉽지만, 평균자책점 3.10은 커리어하이다. 다만 이닝당 투구수가 좀 많은 게 유일한 흠. 16.6개로 올시즌 오원석(SSG) 박세웅(롯데) 임찬규(LG) 김광현(SSG)에 이어 전체 5위다. 하지만 원태인은 "아직 힘든 느낌도 없고, 조금 지치더라도 아프거나 그런 적은 없다"며 웃었다.
"코치님께서도 '내년, 내후년 사이에 한번 지치는 시기가 온다. 그때를 어떻게 잘 넘기느냐가 야구인생의 중요한 순간'이라고 말씀하시더라. 언제 (힘이)떨어질지 모른다는 생각은 항상 한다. 하지만 오히려 보란듯이 이겨내고 지치지 않은 원태인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항저우(중국)=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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