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한국 야구의 4연속 금빛 질주로 마무리 된 항저우아시안게임.
KIA 타이거즈 이의리(21)에겐 미묘한 감정이 남을 만한 순간이었다. 이의리는 지난 달 대표팀 소집을 하루 앞두고 부상을 이유로 교체 통보를 받았다. 손가락 물집에서 회복해 대전 한화전 투구를 마친 다음 날 대표팀이 아닌 소속팀을 통해 소식을 접해야 했다. 도쿄올림픽과 2023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대표팀의 새로운 좌완 에이스로 거듭난 그가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도 마운드 주축으로 활약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대표팀 류중일 감독은 "80개 이상의 공을 던지기 쉽지 않을 것으로 봤다"고 이의리 교체 사유를 밝혔다.
대표팀 교체 후 3경기에서 이의리는 18이닝 동안 단 2점을 내주는 데 그쳤다. 지난달 27일 광주 NC전에서 7이닝 무실점 투구를 펼친 데 이어, 3일 수원 KT전에선 109개의 공을 뿌리면서 5⅓이닝 1실점을 기록했다. 10일 광주 삼성전에서도 5⅔이닝 동안 115개의 공을 던지면서 1실점 투구를 펼쳤다. 특히 삼성전에선 직구 위주의 피칭에서 슬라이더 활용 비율을 크게 끌어 올리는 모습으로 주목 받기도. 이의리의 역투 속에 KIA는 삼성을 3
대1로 격파하면서 최근 3연승 및 5강행 불씨를 이어가는 데 성공했다.
이의리는 "직구가 날리는 날은 힘든 경기들이 많은데 오늘 변화구가 전체적으로 잘 들어가서 편하게 할 수 있었다"고 이날 경기를 돌아봤다. 지난 3일 109개의 공을 던진 데 이어 이날 115개의 투구 수를 기록한 것을 두고는 "이렇게 던질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좋은 것 같다. 가진 게 몸뚱아리 밖에 없다. 이렇게라도 팀을 위해서 던져야 한다"며 웃었다.
이날 이의리는 5회초 2사 만루에서 강민호를 삼진 처리한 뒤 더그아웃으로 향하면서 환한 미소를 지었다. 이에 대해 이의리는 "(한)준수형이 변화구 사인을 낼 줄 알았는데 직구 사인을 해서 고개를 젓고 변화구를 던졌다. 강민호 선배는 아마 정면승부를 생각한 느낌이었다"며 "오늘 준수형이 전체적으로 잘 이끌어줬다"고 말했다.
이날 하루 전 항저우아시안게임에 출전했던 류중일호는 금메달을 목에 걸고 귀국했다. 지난달 소집 하루 전 교체 통보를 받은 이의리에겐 만감이 교차할 만한 날이었다.
이의리는 "아쉬운 부분은 놓고 가야 한다. 내가 아쉬워 한다고 해서 내게 금메달을 주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팀 교체가) 나름의 다짐을 하게 된 계기가 됐다"며 "앞으로도 (대표팀에서) 불러준다면 언제든 나설 준비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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