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 확인한 대만 야구의 성장세는 놀라웠다.
류중일호는 예선 두 번째 경기에서 대만에 0대4 완패했다. 결승전에서 다시 만나 설욕에 성공했으나, 결과는 2대0 박빙이었다. 대만 프로야구(CPBL)와 미국 마이너리그에서 육성 코스를 거친 젊은 선수 위주로 짜인 대만은 더 이상 한국 야구가 만만히 볼 수 없는 상대로 성장했다.
대만이 앞세운 마운드는 특히 눈길을 끌었다.
보스턴 레드삭스 산하 더블A에서 활약 중인 류즈룽(24)의 활약은 인상적이었다. 첫 맞대결에서 9회초 등판해 마무리 역할을 했던 그는 결승전에서도 선발 린위민에 이은 두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 홀로 4이닝을 책임졌다. 최고 구속 150㎞ 후반의 빠른 공으로 한국 타선을 압도했다. 2경기 성적은 5이닝 2안타 1볼넷 8탈삼진, 평균자책점 0이다. 강력한 직구와 슬라이더, 커브, 스플리터, 체인지업 등 다양한 변화구까지 갖췄다. 긴 머리를 휘날리며 역동적인 투구 폼을 선보여 국내 팬들로부터 '대만 김원중(롯데 자이언츠)'이라는 평도 들었다.
한국전 두 경기 모두 선발로 나섰던 린위민(20) 역시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가 마이너리그에서 공들여 키우고 있는 선수라는 평이 무색하지 않았다. 한국전 첫 경기에선 6이닝 4안타 6탈삼진 무실점, 결승전에선 5이닝 2볼넷 5탈삼진 2실점을 기록했다. 결승전에서 타선 침체로 패전에 그쳤지만, 두 경기를 통해 국내 타자들을 충분히 상대할 수 있는 공을 갖추고 있음을 충분히 증명했다. 린위민 외에도 한국과의 첫 경기에서 구원 등판해 2이닝 1안타 2탈삼진 무실점 투구를 펼친 대만 프로야구(CPBL) 퉁이 소속의 궈린뤠이양(23)의 실력도 주목할 만했다.
상대적으로 파악이 쉽지 않은 단기전에선 투수들의 위력은 평소보다 배가되는 경향이 있는 것도 사실. 그러나 이번 대회를 통해 드러난 대만 투수들의 모습은 구위-제구 등 모든 면에서 국내 선수와 견줘 떨어지는 수준이 아니었다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
그동안 KBO리그의 외국인 수급은 미국 무대에 한정돼 왔다. 국내 선수 이상의 실력을 보여줘야 하는 외국인 선수 특성상, 빅리그 경험을 갖춘 소위 AAAA급 선수가 선호됐다. 하지만 코로나 시대를 거치면서 마이너리그 선수풀이 크게 줄어들었고, 이는 KBO리그 외국인 수급 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 첫해 연봉 100만달러 상한제까지 겹친 것도 미국에서 뛰는 선수들의 한국행을 주저하게 만드는 원인이 됐다는 분석. 이렇다 보니 각 팀의 외국인 선수 수급 어려움은 가속화되고 있다. 미국에서 온 새 외국인 선수의 성공 확률도 점점 떨어지는 모양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저비용 고효율'을 이룰 수 있는 대만 선수들의 활용은 일면 고민해 볼 만한 주제다. 일본에서 대만 수위급 선수를 일찌감치 데려와 활용해 재미를 보고 있는 점도 이런 시선에 힘을 보탤 만하다.
대만 선수의 KBO리그 진출은 또 다른 파급효과도 몰고 온다. 2018년 왕웨이중이 NC 다이노스에 입단한 뒤 KBO리그는 해외 최초로 대만과 중계권 계약을 맺은 바 있다. 코리안 메이저리거를 향한 국내 팬들의 시선처럼 대만 야구 팬들의 이목이 NC에 집중되기도 했다. 줄어든 선수풀과 연봉 상한제에 묶여 어려움을 겪고 있는 외인 수급 시장 상황을 견줘볼 때 전력 강화와 또 다른 실리까지 챙길 수 있는 길이 있다면 한 번쯤은 고민해 볼 만한 부분이 있다.
광주=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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