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사람이 칠 수 없는 공이 스트라이크가 된다니까요."
두산 베어스 김인태는 19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 도중 높은 공이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자, 윤태수 구심에게 아쉬운 반응을 보였다. 경기장을 찾은 '마산 아재'들은 NC쪽에 불리하게 느껴지는 콜이 나오자 구심을 향해 야유를 퍼부었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이런 장면을 볼 수 없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19일 깜짝 발표를 했다. 내년 시즌부터 자동 볼-스트라이크 판정시스템(Automatic Ball-Strike System, 이하 ABS, 일명 로봇심판) 전면 도입을 결정한 것이다.
KBO는 2군 경기를 통해 로봇심판 도입을 준비했었고, 시행착오를 거쳐 1군에서도 활용하기로 결정했다. 메이저리그보다 빠른, 세계 최초 시도다. KBO가 독단적으로 추진한 것도 아니다. 10개 구단 이사회에서 이 안이 통과됐다. 구단들도 찬성을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현장은 술렁이고 있다. 2군 경기여서 문제가 드러나지 않았을 뿐, 현 시스템이 그대로 1군 경기에 적용된다면 엄청난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걱정했다. 결국 로봇심판 도입의 핵심은 공정성인데, 과연 공정하게 경기가 진행될 수 있느냐에 대한 신뢰가 아직 자리잡지 못한 상황이다.
로봇심판을 경험한 한 2군감독 출신 야구인은 "기계는 선을 그어놓고, 그 선 안에 들어오거나 걸치면 다 스트라이크다. 문제는 사람이 칠 수 없는 공이 존 안에 들어와도 스트라이크 판정이 나온다"고 말했다. 쉽게 설명하면 '아리랑볼'성의 커브가 존 상단 라인에 걸치면 로봇심판은 스트라이크를 주는데, 이는 물리적으로 타자가 치기 힘들다. 스트라이크존 바깥쪽에서 휘어 들어오는 공도 마찬가지다. 이 야구인은 "현재 심판들의 스트라이크 판단은 존도 중요하지만, 칠 수 있느냐 없느냐가 핵심 판단 기준이다. 그런데 로봇심판은 이쪽에서 오류가 많이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른 구단의 한 2군 코치도 "1군에서 도입하기에는 문제가 많다. 투수 입장에서는 존에 걸쳤다고 보는데, 기계가 너무 엄격한 기준으로 판정을 내려버리면 불만이 쌓인다. 현 2군에서 사용하는 시스템이 내년 1군에서 활용되면 아마 엄청난 문제들이 발생할 것이다. 아직 수준이 안정됐다고 보기 힘들다"는 견해를 밝혔다.
물론 긍정의 신호도 있다. 또 다른 2군 출신 코치는 "처음에는 판정까지 시간이 오래 걸려 수비나 다음 동작 등에서 선수들이 애를 먹었다. 그런데 많이 개선됐다. 지금은 바로바로 콜이 나온다. 적응할 수 있는 정도라고 본다. 오히려 기계가 하니 타자들쪽에서는 판정에 크게 불만을 갖지 않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심판들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구심은 이제 이어폰을 통해 들어오는 판정을 알리는 역할이다. 권한이 대폭 축소된다. 직업 자체에 대한 회의감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부담감, 극심한 스트레스에서는 벗어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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