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먼저 들어온줄 알았다. 오랜만에 심장이 쫄깃쫄깃했다. 재미있게 했다."
1위는 애초부터 생각하지 않았고, 2위를 목표로 했는데 0.02초차로 3위를 했다. 거의 동시에 결승선을 통과해 순위가 갈라졌다.
그래도 정종대(39·부산시)는 표정이 밝았다. "컨디션에 비해 기록이 잘 나왔다. 목표로 잡은 2위를 못했으나 원한다고 다 되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했다. 운동선수로서 자신의 장점을 '긍정적인 성격'이라고 했는데, 딱 어울리는 이야기다. 그는 "남들 다 하는데 왜 못해"가 인생 모토라고 했다.
24일 중국 절강성 항저우 황롱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년 항저우장애인아시안게임 육상 남자 T52 100m 결승. 초반부터 '원톱' 이토 다쓰야(일본)가 압도적인 레이스를 펼쳤다. 그 뒤에서 정종대와 제롤드 망리완(필리핀)이 치열한 접전을 벌였다.
이토가 17.41초, 망리완이 18.65초, 정종대가 18.67로 1,2,3위를 찍었다. 0.02초차로 메달 색이 달라졌다. 3개 대회에 수확한 4번째 메달이다.
정종대는 2014년 인천대회에서 200m 동메달, 2018년 인도네시아대회에서 200m 은메달, 100m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만난 정종대는 "더 열심히 해 다음에는 이길 수 있는 선수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정종대는 알려진대로 휠체어 럭비를 하다가 육상으로 종목을 바꿨다. 어린 시절부터 집안 사정으로 할아버지와 할머니 손에 자랐다. 할아버지가 덜 위험한 종목으로 바꿨으면 좋겠다고 권유해 육상선수가 됐다.
아버지같은 할아버지는 손자가 육상 국가대표가 된 2014년, 그해 돌아가셨다. 할아버지 이야기가 나오자 정종대는 말을 잇지 못했다. 눈시울을 붉히더니 눈물을 뚝뚝 흘렸다. 낙천적인 성격이라고 했는데, 감성이 풍부한 청년 레이서였다.
할아버지에게 자랑스러운 손자가 되고 싶었던 정종대는 아시안게임 수상대에 올라 박수를 받는 선수가 됐다. 할아버지가 입가에 흐뭇한 미소를 품고 내려볼 것 같다.
정종대는 25일 200m 결승 출전이 예정돼 있다. 내년 5월 고베세계선수권대회, 8월 파리패럴림픽이 기다리고 있다.
"올 겨울에 열심히 노력해 기록을 좀 당기고 싶다. 일단 남은 경기를 즐기고 돌아가 열심히 준비하겠다."
정종대의 다짐이다.
한편, 육상 남자 T53 100m 결승에선 유병훈(51·경북장애인체육회)이 4위(15.52초), 윤경찬(31)이 6위(15.80초)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항저우(중국)=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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